불화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피스메이커, 폐부를 찌르다

이호재 기자 2024. 6.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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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얼른 일어나요. 이 쇼 다 끝났어요."

쇼든 현실이든 세계가 평화로울 리 없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뒤 넷플릭스 한국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른 드라마 '더 에이트 쇼'에는 원작 웹툰 '머니 게임'과 그 속편인 '파이 게임'에는 없는 새 캐릭터 5층이 추가됐다.

드라마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쇼에 참가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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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넘는 콘텐츠] 〈9〉 ‘더 에이트 쇼’ 원작 웹툰 비교
8명의 인물 8층에 갇혀 돈벌기 쇼
원작에 없던 ‘평화중재자’ 등장해
갈등 해소는커녕 비극으로 몰고 가… 끝없는 인간욕망 고스란히 드러내
위쪽 사진부터 드라마 ‘더 에이트 쇼’, 원작 웹툰 ‘파이 게임’과 ‘머니 게임’. 참가자들은 쇼 안의 작은 사회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과 욕망을 드러낸다. 넷플릭스·네이버웹툰 제공

“언니, 얼른 일어나요. 이 쇼 다 끝났어요.”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작은 방. 쇼 참가자 ‘5층’(문정희)은 바깥 다른 참가자들의 부름을 받고 눈을 뜬다. 문을 열고 공용 공간으로 나가자 모두가 웃고 있다. 참가자들은 회전목마를 타고, 파란 수영장에서 헤엄치고 있다. 전광판엔 ‘해피 엔드’라는 문구가 흐르고 있다. 5층은 감격에 차 눈물을 흘린다. 천천히 열리는 출구를 향해 걸어가다가 다른 이들에게 묻는다. “‘2층’(이주영) 님은?”

그 순간 허공에서 2층의 몸이 날아온다. 얼굴은 피범벅이다. 5층이 뒤를 바라보니 참가자들이 서로를 폭행하고 고문하고 있다. 쇼든 현실이든 세계가 평화로울 리 없다. 순진한 중재자인 ‘피스메이커’ 5층의 상상은 산산조각 난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뒤 넷플릭스 한국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른 드라마 ‘더 에이트 쇼’에는 원작 웹툰 ‘머니 게임’과 그 속편인 ‘파이 게임’에는 없는 새 캐릭터 5층이 추가됐다. 드라마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쇼에 참가하는 이야기다. 7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파이 게임’과 달리 극 중 인물은 8명으로 늘었다.

5층은 모두가 갈등 없이 잘 지내기를 바라며 참가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화를 중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평소 누구든 잘 챙기는 5층의 심성은 쇼를 오히려 파국으로 몰고 간다. 능력 없는 중재는 비극으로 이어진다는 잔인한 현실에 대한 은유로 느껴진다. 배우 문정희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두가) 착해 보이지만 언제나 발 뺄 준비를 하고 있지 않나. 겉으론 친절한데 결정적 순간에는 (회피하려고) 움직이지 않냐”고 했다.

원작에서 참가자들은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심리 싸움에 열중한다. 반면 드라마는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경쟁을 벌인다. 드라마에서 공용 공간은 새파란 물이 가득한 수영장, 평화롭게 돌아가는 회전목마, 화려한 의상으로 가득한 옷가게로 채워져 있다. 가질 수 없으나 갖고 싶은 욕망을 증폭시키려는 연출적 의도다. 한재림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쇼 안에서) 돈을 열심히 벌어서 수영장에 놀러 가고 싶지만 이곳의 수영장은 다 가짜다. 끝없이 욕망만 하고 이루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원작이 계급 구조에 천착했다면 드라마는 창작자로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고민을 담은 것도 다른 점이다. 참가자들이 경쟁하는 쇼를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주최자는 결국 시청자인 셈이다. 드라마 제목에 ‘게임’ 대신 ‘쇼’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도 같은 이유다. 직업이 광대로 영국 영화감독 찰리 채플린(1889∼1977)을 떠올리게 하는 참가자 ‘1층’(배성우)이 죽는 장면을 통해 ‘영화의 죽음’을 표현했다. 한 감독은 “지금은 도파민의 시대이고 재미있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며 “유튜브와 쇼트폼 콘텐츠에 익숙해져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힘들 때가 있다. ‘시네마’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담았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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