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다닌 길에 쇠사슬 바리게이트…비포장길 우회 주민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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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마을에서 주민이 오랫동안 지나던 통행로가 토지 소유자에 의해 쇠사슬로 봉쇄되는 일이 발생했다.
하루아침에 통행로가 막히자 주민은 불편을 호소했지만 사유지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지자체는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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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단 창고·적재물 신고받은 동구
- 땅주인에 정비 명령하자 봉쇄돼
- 지자체 적극 중재 필요 목소리도
부산의 한 마을에서 주민이 오랫동안 지나던 통행로가 토지 소유자에 의해 쇠사슬로 봉쇄되는 일이 발생했다. 하루아침에 통행로가 막히자 주민은 불편을 호소했지만 사유지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지자체는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한다. 하지만 이곳은 20년이 넘게 통행로로 쓰여 사실상 도로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안창마을 한 도로에 통행금지 팻말과 함께 출입을 금지하는 쇠사슬이 걸렸다. 땅 주인은 이곳이 자신의 소유라는 이유로 통행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를 방문하니 모래주머니와 ‘훼손 시 고발 조치’가 적힌 팻말이 걸려 있어 우회 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땅 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구도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행로에 쇠사슬이 쳐진 이유는 최근 소유주에게 내려진 정비 명령 때문으로 파악된다. 최근 이 부지에 무단으로 설치된 창고와 쓰레기 등 적재물이 무너질 것 같다는 위험 신고가 들어와 구가 정비를 명령한 것이다. 다만 이 창고는 토지 소유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이 설치했다가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행로 출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주민이 불편을 겪는다. 통행금지 구간은 20m가량으로, 우회도로가 있으나 멀리 돌아가거나 도로포장이 좋지 않은 골목길로 다녀야 한다. 특히 이 통행로와 정문이 이어진 사찰은 큰 불편을 호소한다. 이 사찰의 스님은 “이곳에 온 2000년대 초부터 줄곧 통행로로 이용한 곳인데 가로막혀 지금은 방문객이 주로 쪽문을 이용해 출입한다”며 “지난달 부처님오신날에는 1000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려 특히 불편이 컸다”고 토로했다.
시내 곳곳에서도 사유지 통행 문제로 주민과 땅 주인 간 마찰이 있었지만 지자체의 중재로 해결된 사례가 있다. 2019년 해운대구에서도 엘시티와 해운대 해수욕장 사이에 사유지 보호를 이유로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다. 당시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주민 불편을 고려해 소유 업체와 합의를 거친 뒤 구가 직접 부지를 매입해 울타리를 철거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했다. 지난 1월 동래구에서도 빌라 6개 동의 유일한 출입로를 매입한 땅 주인이 통행료를 요구해 논란이 일었는데, 한 달 뒤 동래구의 주재로 주민과 땅 주인 간 협의가 성사돼 평소처럼 주민이 이곳을 통행할 수 있게 됐다.
동아대 손홍락(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십년 동안 도로로서의 기능을 하던 통행로에서 이 같은 문제가 벌어질 때 땅 주인의 권리 주장을 무조건 비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주민의 통행 불편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지자체가 양측을 중재하거나 중재가 쉽지 않다면 문제의 토지를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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