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안보불안에…유럽선거 극우 약진
- 극우 ECR·ID 의석 수 늘어나
- 佛 마크롱 의회 해산…조기총선
- 유럽 정치지형 ‘우향우’ 가속도
- EU 정상 내주 새 지도부 논의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중도우파가 1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수한 가운데 극우정당이 약진하며 유럽 정치 지형의 ‘우향우’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선거에서 참패하고 정치생명 최대 위기를 맞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최대 승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의회가 10일 오전 0시께 발표한 잠정 예측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제1당 격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전체 720석 중 191석(26.53%)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의석수(705석 중 176석, 25.0%)보다 비중이 다소 늘었다.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135석(18.75%)을 차지, 의석 비중이 현 의회(19.7%)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제3당인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현재 102석(14.5%)에서 크게 줄어든 83석(11.53%)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다.
강경우파와 극우 성향 정치세력은 예고된 대로 약진했다. 강경우파 성향 정치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은 현재 69석(9.8%)에서 71석(9.86%)으로, 극우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49석(7.0%)에서 57석(7.92%)으로 의석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현 의회와 비교하면 ECR과 ID 의석 총합은 10석이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의회는 최종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이며, 최종 투표율과 의석수는 추후 개표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선거는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자리지만, 사실상 각국 정치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으로 치러졌다. 우파 계열의 약진은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인구 규모가 큰 주요국에서 두드러졌다. 프랑스는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약 32%의 득표율로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RN은 유럽의회 내 극우 정치그룹(교섭단체)인 ID 일원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중도성향 르네상스당의 예상 득표율 15.2%의 두 배 수준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예측 결과가 발표된 지 약 한 시간 만에 패배를 인정,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프랑스에서 의회 해산이 이뤄진 것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인 1997년 이후 27년 만이다.
반면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들(FdI)은 28.3%의 득표율로 선두를 달려 EU 내 극우파와 중도파 모두로부터 구애받을 전망이다. 향후 행보에 따라 EU 권력 지형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 벌써 나오고 있다. Fdl은 EU 내 강경우파 정치그룹인 ECR에 속한다.
극우정당의 약진은 고물가, 이민자 급증과 우크라이나 전쟁·중동분쟁으로 고조된 안보 불안감의 결과로 분석된다. 극우 정당 약진으로 유럽의회 정치지형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유럽의회에서 교섭단체 역할을 하는 정치그룹은 국적이 아닌 정치 성향이 비슷한 정당 간 결성하게 된다. 정치그룹을 형성하기 위해선 최소 7개 회원국에서 23명의 의원이 모여야 한다. 현재 총 7개 정치그룹이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기존 정치그룹 구성이 변동되거나 새 정치그룹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5년간 EU를 이끌 새 지도부 구성 작업도 본격화한다. EU 27개국 정상들은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찬을 겸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어 유럽의회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지도부 구성 논의에 착수한다. 제1당 격인 EPP 선도 후보인 현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 지명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변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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