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장실앞 농성에도 본회의 못막아… “협치 실종 상임위 거부”
협상안 냈지만 민주당 거부에 좌절
與, ‘국회의장 사퇴 결의안’ 검토
상임위 대신 黨 15개 특위로 돌파구… 당내 “입법 역할 스스로 포기” 우려
“국회에 더 이상 협치의 모습은 없다.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본회의 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를 강행하면”이라고 전제를 달고 이같이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배수의 진을 치고 반드시 사수하겠다”던 국회 운영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포기하고 법제사법위원장만 가져오겠다는 협상안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제시했지만 거부당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막지 못하면서 상임위 일정 등을 전면 보이콧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여당은 “상임위원회 활동 대신 15개 특별위원회 활동으로 돌파구를 찾겠다”고 나섰지만 여당 차원의 당론 법안 처리도 어려워져 “집권 여당이 스스로 입법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관계자는 “집권 여당의 국회 전면 보이콧은 스스로 입법 역할을 포기해 민생 법안까지 표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與 운영위-과방위 양보 협상안 거부 당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직전인 오후 8시부터 우원식 국회의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며 막판까지 본회의 개의를 막으려 나섰다. 하지만 결국 본회의가 개의됐고, 추 원내대표는 8시 52분경 국회 본회의가 시작되자 본회의에 불참하고, 규탄대회를 위해 로텐더홀에 모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앞에서 “민주당도 죽었고 국회도 죽었다. 이재명 1인 독재 체제로 전락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오로지 이재명 방탄, 이재명 수호,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것”이라며 “여기엔 민생도 국익도 없다. 앞으로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위한 온갖 당리당략적 악법들이 일방 통과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의원총회 대변인으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원내대표는 앞서 비공개 의총에서 “여러가지 수가 있다”고만 알린 뒤 민주당을 만나 운영위원장과 과방위원장을 포기하는 대신 법사위원장만이라도 가져오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는 규탄 대회 뒤 밤늦게 이어진 비공개 의원 총회에서 “허망하게 당하기보다는 0.0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협상안이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 사퇴 결의안’을 검토 중이다. 또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상임위를 강제 배정할 경우 권한쟁의심판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3차례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의원들 사이에서 “한 달이 걸려도 좋으니 국회 등원을 거부하자”, “의원직 사퇴 등 배수진을 쳐야 한다”, “여야가 함께하는 국회 공부 모임을 탈퇴하자”는 등의 초강경 발언들이 쏟아졌다.
● “李 위한 악법 일방 통과” 상임위 밖 투쟁 수순
국민의힘은 사실상 ‘상임위 밖’ 투쟁 수순에 돌입했다. 당 정책위 산하의 15개 특위를 통해 민생 정책 현안을 다루겠다며 공정언론특위와 연금개혁특위가 첫 회의를 여는 등 이날부터 당내 특위도 가동했다. 원내 관계자는 “여당이 할 수 있는 당정협의나 시행령 발표로 정책 추진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례대표 초선의원은 “특위가 입법권이 없는데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도 낮고 임기도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상임위 보이콧까지 하면 정부 추진 법안이 통과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집권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것이 지나치게 무기력하게 비칠 수 있다”고 했다.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12일째지만 ‘반쪽 개원’ ‘반쪽 선출’이 이어지며 여당 소속 초선 44명은 아직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 앉아 있으니 자괴감이 든다. 우리가 집권 ‘야당’이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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