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다시 켜진 ‘대북 확성기’

이연섭 논설위원 2024. 6.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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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對北) 확성기가 다시 켜졌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따라 확성기를 철거한 지 6년 만이다.

대북 확성기는 철거 전까지 최전방지역 24곳에 고정식으로 설치했고, 이동식 장비도 16대 있었다.

때문에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체제 위협'으로 간주해 확성기를 포격까지 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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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대북(對北) 확성기가 다시 켜졌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따라 확성기를 철거한 지 6년 만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수단이다. 남북은 대북 확성기 심리전을 둘러싸고 50년 넘게 갈등과 충돌, 타협을 반복해 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3년 시작돼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에 맞서 11년 만에 재개했다. 2016년 1월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다시 방송을 했다. 그러다가 2018년 4월 23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단했고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확성기 시설을 철거했다.

대북 확성기는 철거 전까지 최전방지역 24곳에 고정식으로 설치했고, 이동식 장비도 16대 있었다. 고정식은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 약 24㎞, 주간엔 약 10㎞ 떨어진 곳까지 도달했다. 차량에 탑재된 이동식은 고정식보다 10㎞ 이상 더 먼 곳까지 음향을 보낼 수 있다. 최전방의 북한군 상당수가 들을 수 있는 성능이다.

때문에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체제 위협’으로 간주해 확성기를 포격까지 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 한국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겨냥해 고사총 1발과 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이 155㎜ 자주포 28발로 대응 사격을 하면서 남북이 전면전 직전까지 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0~80년대엔 북한군의 귀순을 유도하는 정치적 내용이 많았다. 2010년대 이후엔 북한관련 뉴스와 대중가요 등을 방송했다. 9일 재개된 방송에선 ‘자유의 소리’를 송출했다. 한국의 발전상과 북한 인권 실태, BTS 노래 등이 담겼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이 ‘오물 풍선’을 뿌린 데서 시작됐다. 이에 우리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고, 북한이 또 오물 풍선을 살포하면서 확성기가 가동됐다. 접경지역 주민뿐 아니라 국민들은 ‘강 대 강’ 대치에 군사적 충돌이라도 일어날까 불안해 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국민 안전을 충분히 고려한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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