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 칼럼] 보훈의 6월, 군인정신 다잡는 계기로

경기일보 2024. 6.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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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우리가 군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는 죽음마저 불사하는 투혼과 헌신이다.

물론 투철한 군인정신은 군인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자질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오랫동안 군인들을 얽매여 온 폐쇄적이고 낡은 관행이라는 부정적 편견이 사장돼야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땀 흘리는 대부분의 군인들이 얼굴 없는 동일성에서 벗어나 사기가 진작되고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돼 국가 안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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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호원대 교수∙한국테러학회 회장

어느 시대나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보편적 군인’은 존재하는 것일까? 매년 6월이면 한 번 씩 찾는 현충원 대신 용인시 법화산에 있는 6.25전사자 유해발굴지역을 찾았다. 1951년 1월 25일부터 3주간 국군 6사단과 미 24사단 그리스 대대가 중공군 38군과 전투를 했던 역사적 장소이다.

그곳에서 잠시 73년 전 1월의 하루를 떠올렸다. 눈을 감으니, 새해 아침이 한 달도 지나기 전 그날, 이곳을 사수하다 꽃다운 젊은이들이 입가로 흘린 피가 나에게도 배어 나올 듯한 상상이 떠올라 비통했다.

‘선더볼트 작전’이라고 불린 이작전은 중공군이 개입한 뒤로 물러나기만 하던 국군과 유엔군이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한 작전으로 서울 재탈환의 여건을 조성한 분수령적인 작전이었다.

6.25전쟁 당시 참전했다 목숨을 잃은 국군 전사자는 총 16만여 명이다. 그러나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산야에 잠들어있는 호국영웅들의 유해는 12만 여위이다.

전쟁에서 우리가 군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는 죽음마저 불사하는 투혼과 헌신이다. 물론 투철한 군인정신은 군인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자질일 수 있다.

하지만 휴전 71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 이 기준이 여전히 군인정신을 정의할 수 있는 충분한 기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군대와 사회는 급속하게 변화했고, 평화가 계속될수록 군인의 애국적 열정도 점차 현실적인 동기에 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MZ세대의 병영 풍속도는 변화의 속도가 예전과 다르다. 애국이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작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때로는 이견을 갖기도 한다.

언제인가 또다시 국가에 위난이 발생한다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청년들이 귀국하는 모습처럼 세계에 흩어진 우리 청년들도 줄지어 귀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지나친 기대인지 생각해 본다.

최근 우리 군은 ‘훈련병 얼차려’와 ‘수류탄 오발’로 인한 사망사고와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등 계속되는 군 관련 사건 이슈들로 어수선하다. 사고 촉발의 원인도 문제이지만 사건의 본질보다 ‘군인은 본질적으로 모두 똑같다’라는 성급한 일반화가 더 걱정스럽다.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사기와 정신력이 4분의 3을 차지하며 수적 요소는 단지 나머지 4분의 1일뿐”이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군인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사기와 강한 정신력이다. 그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보다 더 상위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오랫동안 군인들을 얽매여 온 폐쇄적이고 낡은 관행이라는 부정적 편견이 사장돼야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땀 흘리는 대부분의 군인들이 얼굴 없는 동일성에서 벗어나 사기가 진작되고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돼 국가 안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장차 국방개혁의 방향은 무기와 전략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군의 사기 진작과 군인정신 함양으로 강한 군대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잘못된 군인정신은 무덤에 묻어야 하지만 임무에 충실하는 대부분의 군인은 칭송해야 하는 게 기준이 돼야 한다.

로마 천년을 지탱해 준 철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전쟁 시 로마 귀족들은 자신들이 먼저 전장에서 싸웠다. 지휘관 역시 진급과 출세를 먼저 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그 의미가 무엇이 됐건 더 이상 군인을 정치적 도구화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보훈의 6월이다. 서해교전과 천안함 용사들, DMZ 목함지뢰 사건 당시 목숨을 걸고 전우를 구한 뜨거운 전우애를 기억하고 호국영웅들의 희생과 부하 사랑을 잊지 말고 ‘정병 강군’의 분위기를 다잡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강한 군대가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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