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대통령을 위한 퍼스트레이디법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024. 6. 11.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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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가 시작됐다.

과연 여야는 총선 민심대로 '대통령 거부권'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쟁수단을 내려놓고 민생정치와 협치에 매진할 수 있을까.

어쩌다 우리 정치가 '대통령 부인 죽이기 정쟁'에 골몰하게 됐을까.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영수회담 등을 통해 한국식 퍼스트레이디법(가칭 '대통령 부인의 공적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와 지원조직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에 초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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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제22대 국회가 시작됐다. 과연 여야는 총선 민심대로 '대통령 거부권'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쟁수단을 내려놓고 민생정치와 협치에 매진할 수 있을까. 대부분 국민은 이런 질문의 답에 부정적일 것이다.

왜냐면 여야 모두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정쟁수단을 찾는데 골몰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볼썽사나운 '대통령 부인 죽이기 정쟁'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야당은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물타기"라고 반발한다.

야당의 반발에 대해 김민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받는 대신 3김(김건희, 김정숙, 김혜경) 여사 특검법"을 역제안했다. 하지만 '채상병 특검법' 강행에 "수사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며 반대한 여당이 '김정숙 특검'에 이어 '김혜경 특검'까지 내미는 것은 모순이다. 애초부터 김정숙 여사의 지위가 외교관이 아닌데도 그의 인도 방문을 '첫 단독 외교'라고 평가한 문 전대통령의 입장도 모순이다.

어쩌다 우리 정치가 '대통령 부인 죽이기 정쟁'에 골몰하게 됐을까. 전·현직 대통령 부인이 특검을 받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지금은 정쟁을 멈추고 대통령 부인의 공적 활동에 대한 법적 인정과 지원을 생산적으로 논의할 때다.

미국은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이스트윙(East Wing)이라는 영부인 집무실과 전담 대변인, 보좌진을 따로 두고 대외활동을 보장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국내 35개주 60여개 도시를 순회하며 코로나19 백신접종 독려활동을 벌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른바 '펫프로젝트'(Pet Project·영부인 사업)다.

미국 대통령 부인이 선출직도 아니면서도 왕성하게 공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법적 지원 때문이다.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은 흔히 퍼스트레이디로 호칭되지만 법적인 공식 직책은 아니다. 그래서 의전과 예우규정은 있지만 법적 책임과 권한이 없다.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민주화의 핵심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으면서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배우자의 공적 역할을 법적으로 부여하지 않은 점이다. 이런 허술함이 부패비리로 연결돼 대통령을 위기에 빠뜨렸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대통령 부인의 공직 부여에 대해 법적 근거가 있다. 미 연방법(USC) 제3편 제105조에는 '대통령의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는데 대통령의 배우자가 대통령을 지원하는 경우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지원 및 서비스가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도 부여된다. 대통령이 배우자가 없을 경우 이러한 보조 및 서비스는 대통령이 지정하는 가족에게 제공된다'고 규정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진 만큼 내조활동을 넘어서는 퍼스트레이디의 공공외교 활동이 절실하다. 우리도 대통령 부인의 공적 역할을 인정하고 법에 따라 관리하는 게 맞다.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영수회담 등을 통해 한국식 퍼스트레이디법(가칭 '대통령 부인의 공적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와 지원조직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에 초당적으로 나서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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