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라인 문제, 강력한 메시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일반 폰에 비해 자주 끊기는 현상 외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날 즈음에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정부가 민간 위원회를 조직했다. 이러한 문제가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때문인지, 네트워크, 또는 단말 자체의 문제인지를 규명하고 국민에게 알려주기 위한 기술위원회였다. 모바일 운영체제를 보유한 기업, 그리고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모두 관련된 것으로 책임소재에 따라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검토가 진행되던 중에 뜻밖의 통지를 하나 받았는데 스마트폰 단말과 단말에 들어가는 운영체제를 보유한 국가의 통상을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보내온 내용으로 해당 국가의 기업에 불공정한 처분이 있지 않기를 바란다는 통지였다. 아주 온건하지만 강력하게 다가온 내용이었는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민간기업의 문제에 정부부처가 개입해 드러나지 않는 부드러운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었다.
보이는 통상무역이든 보이지 않는 서비스든지 간에 일반 기업의 문제라 할지라도 뒤에는 강력한 국가의 힘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알게 된 나의 첫 경험이었다. 이러한 사안을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가 그것과 관련해 그러함에도 "기술검토 수행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고 말이라도 하고 싶다. 그러나 기술검토에 작은 실수가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상대가 불이익하다고 판단되면 국가 간에 통상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결과는 스마트폰 통신 음영지역과 운영체제와 앱의 충돌, 그리고 단말의 안테나 등 다양한 문제의 복합으로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일을 마치고 나서도 뒤가 개운하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기술만 알던 내게 해외에서 일하는 모든 우리 기업, 성공을 향해 가는 기업들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이뤄나가는지 가슴이 짠하면서 최고의 존경과 찬사를 보내는 계기가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숙명적인 해외진출에서 고군분투한다. 실제 듣는 것보다, 보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환경일 것이다. 더구나 해당국의 경쟁상대를 상대할 뿐 아니라 상대기업의 뒤에 자국 기업들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든든한 형님이 버티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 기업이 잘하면 잘할수록 경쟁기업뿐 아니라 그들의 지원군과도 한판을 치러야 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타국에 있는 자국 기업의 보호에도 열을 올리는 국가들이 자신들의 나라에서 끝없이 성장하는 해외 기업들을 어떤 눈으로 볼지는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군림하지는 않지만 든든하게 존재하는 국가'가 필요하다. 오래전에 경험한 '우리 기업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한 통의 통지가 필요하다.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라인 문제를 어렵게 꺼내고자 서두가 길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라는 민간기업의 문제가 일본 국민의 신상정보에 대한 보호미흡의 명분을 들어 국가가 개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아마존이나 구글, 페이스북이 없는 유럽에서 데이터보호규정(GDPR)을 들어 해외 플랫폼기업을 통제하는 것과 참으로 많이 닮았다. 상당히 고도화한 기업통제 방법이다.
그러나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러한 통제의 선을 넘어 50대50 지분에서 1주라도 소프트뱅크가 더 취득하고자 한다니 참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라인은 단군 역사 이래 처음이자 최고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면서 전자상거래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넘어 금융이나 제조 등에 현재도 가장 영향력 있고 미래에도 여전히 확장 중인 서비스다. 그래서 우리 모두 지켜봐야 한다. 우리 기업이 어디서든 무엇이든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처분이 없는지를 지켜보겠다는 당당한 통보가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온건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보를 말하는 것이다. (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창업학과 교수)
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창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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