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한국 여자 골프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최하위로 컷 통과한 선수가 11언더파를 몰아쳐 우승까지 차지하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반면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신지은(32)은 버디 2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1타를 잃어 공동 9위(9언더파)로 마쳤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14번째 대회에서도 우승을 올리지 못했다. LPGA 투어 시즌 개막 후 14번째 대회까지 우승이 없었던 건 24년 만이다. 2000년엔 16번째 대회에서 한국 첫 우승이 나왔다.
린네아 스트룀(28·스웨덴)은 10일 미국 뉴저지주 시뷰 리조트 베이 코스(파71·5990야드)에서 열린 숍라이트 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 최종 3라운드를 공동 52위로 출발했다. 전날 2라운드 18번홀(파5)에서 3.6m 버디 퍼트를 넣어 간신히 컷을 통과했다. 선두 신지은과 7타 차였다.
스트룀은 챔피언조 출발 3시간 40분 전인 오전 8시 20분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9번홀(파5)에서 칩인 이글을 기록했고, 버디도 9개 잡아냈다. 11언더파 60타를 쳐 최종 합계 14언더파 199타로 경기를 마쳤을 때 챔피언조는 출발 전이었다. 스트룀은 점심을 먹고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하면서 4시간 넘게 대기했다.
메건 캉(27·미국)이 15번홀(파3)까지 버디만 6개 잡아내 잠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가 16번홀(파4) 보기에 이어 17번(파3)·18번홀(파5) 파로 마쳤다. 스트룀은 공동 2위(13언더파) 캉과 후루에 아야카(24·일본)를 1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첫 투어 우승을 달성했다. 상금은 26만2500달러(약 3억6000만원)다.
최종 라운드를 공동 52위로 출발해 우승으로 마친 건 1984년 이후 LPGA 투어에서 순위 기준으로 가장 큰 역전 기록이다. 1987년 레이디 키스톤 오픈 마지막 날 공동 23위로 출발해 우승한 오카모토 아야코(일본)가 종전 기록을 갖고 있었다. 60타는 역대 LPGA 투어 우승자 최종 라운드 최저타 기록. 종전은 2014년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 우승자 박인비의 61타였다. 60타는 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기록한 59타에 이어 LPGA 투어 사상 둘째로 낮은 한 라운드 스코어다.
세계 랭킹 165위 스트룀은 2018년 미국 2부 투어 1승을 올려 신인상을 받고 이듬해 1부 투어에 데뷔했다. 2022년 다시 2부 투어로 떨어졌지만 1승을 추가해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2023년 1부 투어에 복귀했다. 올 시즌엔 이번 대회 전까지 6개 대회 중 5번 컷 탈락하는 등 부진했다. 지난주 스웨덴에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보냈고, 이번 대회에 아버지와 함께 왔다. 우승 스코어를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날 경기 중 압박감을 느끼지 않았고, 아버지에게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안나린(28)이 공동 6위(10언더파)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순위가 높았고, 세계 7위 고진영(29)은 공동 12위(8언더파)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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