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식당 예약권 90만원’ 사고파는 사이트까지 등장… 정부가 금지시켰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 6. 1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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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헌의 What’s up 뉴욕] 꾼들이 미리 선점 후 비싸게 팔아
뉴욕주는 6일 유명 레스토랑 예약을 돈을 받고 제삼자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AFP 연합뉴스

미국 브라운 대학교 2학년 알렉스 아이슬러는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 저녁 식사의 ‘예약’을 판다. 미슐랭에서 별을 받은 이탈리아 레스토랑 ‘돈 앤지’나 ‘카르본’같이 예약 전쟁이 벌어지는 곳의 테이블 좌석을 미리 예약한 뒤,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그 권리를 파는 방식으로 지난 19개월 동안 10만달러(약 1억3700만원)를 벌어들였다. 최근 미 NBC방송은 아이슬러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많은 사람이 고급스러운 식사 경험을 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낼 의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뉴욕은 한 끼에 수십 만원이 넘는 레스토랑이 즐비한데, 예약도 만만찮다. 웬만한 레스토랑은 ‘오픈런’ 수준으로 예약 사이트를 오픈하자마자 예약이 꽉 찬다. 사 먹을 돈이 있어도 기회를 얻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다. 이 틈새를 파고들어 ‘예약’ 자체를 사고파는 시장까지 생겨났다는 것이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미국 맨해튼 뉴욕 현대미술관 인근의 인기 레스토랑 ‘더 폴로 바’의 테이블 예약은 650달러(약 90만원)에 판매됐다.

개인 대 개인 암시장에서 예약이 팔리기도 하지만, 예약을 대놓고 사고파는 사이트도 인기를 끈다. 2021년에 문을 연 ‘어포인트먼트 트레이더(Appointment Trader)’라는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약 3만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이 사이트에선 예약을 판매하는 대신, 고객이 식당에 내는 돈의 20~30%가량을 수수료로 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사이트는 전 세계 350여 개 대도시 37만5000개 이상의 레스토랑 예약을 판매한 덕분에 지난해 약 6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식사 기회를 전문 예약꾼들이 낚아채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식사 비용을 웃도는 예약비를 내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불만과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심지어 할리우드 스타들도 예약 없이 나타났다가 문전박대당한 뒤 예약을 구매해서 겨우 입장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노쇼(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것)’ 문제도 발생한다. 예약을 사고팔기 위해서 미리 예약을 사버린 사람들이 ‘예약’이 안 팔리면 취소도 안 하고 그냥 잠적하면서 레스토랑 주인들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뉴욕주는 법적 제재에 나섰다. 6일 뉴욕주 의회는 레스토랑 예약을 제삼자에게 판매하면 1건당 1000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을 발의한 나탈리나 페르난데스 뉴욕주 상원의원은 “예약에 대해 터무니없는 요금을 부과하는 것부터 이중 예약, 유령 예약으로 식당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빈 테이블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대부분의 뉴요커들도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뉴욕주 레스토랑협회는 “레스토랑 예약 시장에 범람하는 약탈적 소프트웨어를 막기 위한 법안을 뉴욕이 미국 최초로 통과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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