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잠입→건물 습격→해변 탈출… 이스라엘 인질 구출 120분
“지난 8일 오전 11시 25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의 한 주택 앞에 주방용 세제 이름이 크게 적힌 화물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짐칸에서 나온 건 화물이 아닌, 중무장 군인 10여 명이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에 지난해 10월 납치된 인질 네 명을 구해낸 기습 작전의 진행 과정이 관계자들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이날 임무의 준비 과정과 집행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알려지고 있다. 이번 작전으로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쟁 발발 후 가장 많은 인질을 구했지만 그 과정에 팔레스타인인 사상자가 1000명 넘게 나왔다는 주장(가자 보건부 추산)이 나오는 등 민간인 피해도 적지 않았다. 가자지구 진입부터 인질 구출까지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작전을 이스라엘군 공식 발표 및 외신을 인용해 재구성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른바 ‘여름의 씨앗’이라고 명명된 이날 작전은 최소 한 달 전부터 계획됐다. 인질이 민가에 감금됐다는 첩보를 얻은 이스라엘군은 작전 장소와 닮은 모형 주택가를 만들고 수 주에 걸쳐 훈련을 했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보안 때문에 군인들은 자신이 어떤 임무에 투입되는지 잘 알지 못하는 상태로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병력이 가자지구 작전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헤르치 할레비 참모총장의 ‘작전 개시’ 명령이 떨어지고 25분 뒤였다. 작전 실행 장소는 여성 인질 노아 아르가마니(25)가 갇힌 누세이라트 가정집과 알모그 메이르 얀(22), 안드레이 코즐로프(27), 슬로미 지브(40) 등 남성 인질 셋이 함께 억류된 인근 주택 건물이었다. 이스라엘군은 두 건물에 대한 작전을 동시에 진행해 하마스가 어느 한쪽에서 반격을 준비할 가능성을 막았다.
여성 인질 아르가마니는 비교적 순조롭게 구출됐다. 이스라엘군 병력은 아르가마니를 즉각 인근 해변으로 구출해 대기 중이던 헬기에 태워 텔아비브로 떠났다. 남성 인질이 갇힌 건물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스라엘군 병력이 건물에 진입하자마자 하마스 대원들이 총격을 해 교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특공대원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건물 밖 차량은 하마스의 공격으로 고장 난 상태였다. 이들은 즉각 지휘부에 공중 지원을 요청한 뒤 인근 건물에 피신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 중이던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현장에 투입됐다. 전투기는 인근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 등에 로켓포 공습을 가했다. 현장은 순식간에 불꽃과 연기로 자욱해졌고 건물들은 불에 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마스 대원들의 시선을 돌려 인질의 퇴로를 확보하기 위한 이른바 ‘불의 벽’ 작전이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세운 ‘인간 방패’라고 비난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는 이 과정에 대거 발생했다고 추정된다. 양 옆에 ‘불의 벽’이 타오르는 가운데 이스라엘군 장갑차가 진입해 남은 인질 셋을 헬기가 대기 중인 해변까지 탈출시켰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이 “인질 네 명이 텔아비브에 생환했다”는 성명을 발표한 때는 이날 오후 1시 30분.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작전에 대해 “이스라엘군 역사상 가장 영웅적인 작전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남은 인질의 가족들은 하마스가 이번 작전을 계기로 인질을 더 가혹하게 다루지 않을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남은 인질들이 더 삼엄한 환경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가자지구에 남은 이스라엘 인질은 120명, 이 중 생존자는 80여 명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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