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스미레, ‘국제바둑춘향’ 됐다
나카무라 스미레(15) 3단이 한국 생활 101일 만에 첫 우승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스미레는 10일 ‘춘향전’의 무대인 전북 남원시 광한루에서 거행된 제7회 국제바둑 춘향 선발대회 프로부 결승전서 오유진(26) 9단을 백 불계로 물리쳤다.
춘향 선발대회는 공식 타이틀전은 아니다. 지난해까지 아마추어 기사들만 대상으로 진행해오다가 올해 프로에게도 문호를 개방했으나 한국기원 공인은 받지 못했다. 1위와 2위에 해당한 진과 선에겐 각각 1000만원, 3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이번 대회엔 한국 여자 랭킹 1위인 최정 9단을 비롯해 3위 김채영 8단과 5위 조승아 6단은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미레는 8강전서 노장 김은선(36)을 제친 뒤 허서현(22) 4단마저 꺾고 결승에 올랐다. 허서현은 여자랭킹 2위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김은지(17) 9단을 누르고 올라온 보람도 없이 탈락했다.
결승전은 엎치락뒤치락했다. 흑을 쥔 오유진이 기선을 장악하는 듯했으나 완착이 등장하면서 흐름을 내주었다. 스미레는 팽팽하게 어울린 종반 침착한 끝내기로 승리를 굳혀갔고, 덤을 내기 힘들어진 오유진이 패배를 인정했다.
스미레는 우승이 결정된 뒤 “어제 준결승서 이기고 결승까지 올라간 것만으로도 대만족이었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미레는 이날 대회 복장 규정에 따라 한복을 차려입고 대국했다.
두 기사는 이번 대국을 포함해 비공식전서만 3번 만나 스미레가 2승 1패로 앞서게 됐다. 2019년과 2023년에 벌어진 두 번의 이벤트에선 오유진과 스미레가 1승씩 나눠 가졌다. 현재 여자 랭킹 4위인 오유진은 최정·김채영 등과 함께 국제 기전서 한국 대표로 활약해왔다.
일본 태생으로 여류기성전 우승 경력을 지닌 스미레 3단은 “더 많은 경험을 쌓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대국 환경이 좋은 한국행을 소망했고 성사됐다. 지난 3월 2일부터 한국기원으로 이적, 객원기사로 활동하면서 10일 현재 공식전 전적 33승 18패를 기록 중이다(프로기사 리그 전적 15승 3패 제외).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 아직 3개월여가 지났을 뿐이지만 눈에 띄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랭킹도 급속도로 상승 중이다. 4월 여자 랭킹 16위로 처음 진입한 뒤 5월 12위로 올랐고, 최신판인 6월엔 10위로 뛰어 베스트 10에 들어갔다. 지난 4월엔 통합 랭킹 11위에 올라있던 강호 박민규 8단을 꺾어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편 스미레 3단은 지난 5일 열린 2024 농협은행 여자바둑리그 선수 선발식(드래프트)에서 신생팀인 평택 브레인시티 팀에 1지명자로 선발(전체 3지명)돼 올 시즌 주장 완장을 꿰차고 뛰게 됐다. 지난해 여자리그에선 외국 용병으로 출전, 7승 2패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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