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앱으로 만남 추구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보고 듣는지 걱정하는 부모님이 많다. 아이들이 화면으로 접하는 세상은 부모들에겐 미지의 세계. 과연 저 좁은 화면 속에서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궁금해하는 것이다. 그때마다 내 결혼 스토리를 들려주며 안심할 것을 권한다.
나는 남편을 2014년 페이스북에서 처음 만났다. ‘글쓰기’를 취미로 삼은 사람들의 페이스북 그룹이 생겼는데 거기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평생 반려자가 된 것이다. 결혼식 사회도, 축가도, 하객으로도 ‘온라인 친구’들이 왔다. 이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놀란다. ‘화면’이 인생 대소사와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실제 예시로 만나는 순간이다.
‘앱만추’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뜻하는 ‘자만추’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앱으로 만남 추구’의 줄인 말이다. 데이팅 앱,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연인을 만나는 것을 지칭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1995년 미국 남녀 커플이 온라인에서 처음 만날 확률은 2%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그 비율이 39%나 됐다. 공공장소나 지인의 소개, 직장에서 만날 확률을 따돌리고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을 경험한 세대에게 ‘앱만추’는 더이상 터부가 아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오프라인보다 편리하기에 이들은 온라인 데이팅을 선택한다. 국내 주요 데이팅 앱 합산 이용자수는 2020년 4월 57만 명에서 2022년 3월 78만명을 넘어섰다. 2030 직장인들이 주로 쓰는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셀프 소개팅(셀소)과 미팅 관련 게시글이 2019년 5만5000건에서 2020년 11만건으로 2배 증가했다.
앱만추 자체도 진화했다. 상대방 사진과 간단한 이력을 보고 만나는 데이팅 앱에서 동네 친구, 가치관, 글쓰기 등 취향을 중시하는 새로운 앱이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라고 여기던 시대에서 어떻게 하면 온라인 친구를 잘 만날지 궁리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아이들이 들여다보는 화면이 우정과 사랑,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헤아려보는 노력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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