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인 예술가입니다
장애인 예술가도 예술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려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남의 일처럼 여겼던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함께 살아가기의 문제에 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 두 편이 무대에 올랐다. 무대의 주인공은 모두 장애인 배우들이다.
1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인정투쟁; 예술가편’(이연주 작·연출)에는 장애인 배우 6명이 장애인 예술가 ‘나’가 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목표는 자조적으로 ‘국가 공인 예술인 자격증’이라 부르는 ‘예술인 패스’를 받는 것. 하지만 사회 시스템은 증명을 요구하고, 장애인이 예술가로 살아온 세월은 까다로운 요구 조건 앞에서 금세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나는 혼자 버텨온 시간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사방으로 뚫린 무대 위 장애인 배우들은 쉴 새 없이 관객들 사이로 등·퇴장한다. 관객은 휠체어 바퀴가 구르는 진동, 내 눈을 보며 말을 걸거나 내 뒤에서 소리치는 장애인 배우의 목소리를 통해 이들의 고난을 몸으로 감각하게 된다. 블랙코미디처럼 시작된 이야기는 점차 장애인 예술가에게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소위 ‘예술계’ 풍토, 장애인 작품이 무대에 올랐을 때조차 ‘진정성이 없다’거나 ‘무대를 모른다’고 무심하게 헐뜯는 냉소의 시선에 관한 이야기로 고조된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받은 하지성 등 장애인 배우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한다.
최근 서울 모두예술극장에서 작품 개발 쇼케이스를 올린 ‘젤리 피쉬’는 다운증후군 여자가 비장애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을 때 닥쳐오는 상황에 관한 영국 원작 연극. 실제 다운증후군 배우 백지윤(32)씨가 다운증후군 여자를 연기했다.
이례적으로 긴 넉 달여 제작 기간 동안, 민새롬 연출을 포함한 창작진과 배우들은 백지윤 배우를 위해 연습 과정을 세밀하게 조율하고, 체력과 집중력, 인내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며 함께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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