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 기술로 선명해진… 옛 명작들이 돌아왔어요

신정선 기자 2024. 6. 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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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제’ ‘태극기 휘날리며’ 등 수십 년 전 영화 재개봉 잇달아
강제규 감독과 배우 장동건(왼쪽)이 지난달 30일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개봉 20주년 기념 4K 리마스터링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희망은 좋은 겁니다,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영화 ‘쇼생크 탈출’(1994)에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동료 레드(모건 프리먼)에게 남긴 말이다. 이 말이 국내 극장가에도 통했다. 좋은 영화들이 사라지지 않고 돌아와 침체된 시장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개봉 30주년인 ‘쇼생크 탈출’부터 20주년인 ‘태극기 휘날리며’(2004), ‘마지막 황제’(1987)까지 잇따라 다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원본보다 화질이 크게 향상된 4K 디지털 기술이 재개봉에 힘을 불어넣었다.

마지막 황제

어버이날인 지난달 8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 ‘쇼생크’는 누적 관객 5만7000명을 넘어섰다. ‘쇼생크’가 4K 버전으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달간 꾸준히 관객이 들며 어지간한 신작보다 나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충일인 지난 6일 재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개봉 4일 만에 관객 1만2000명을 동원했다. ‘태극기’의 강제규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20년간 못 만났던 친한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라며 “1020 세대라면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태극기’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쇼생크 탈출

◇제값 하는 영화, 부모·자녀 함께 본다

수십 년 전 영화들이 잇따라 극장에 걸리는 것은 단순한 복고 열풍이 아니다. 관객 수요, 시장 상황, 기술 수준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핵심은 안전성이다. OTT 감상이 일상이 된 관객은 영화관 나들이에서 ‘안전한 영화’, 즉 돈 내고 볼 만한 재미가 보장된 영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천만 영화는 세 달에 한 편 나오지만, 200만명 이상의 중간급 흥행작은 보기 어려운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배급사도 흥행이 담보된 명작을 선호한다. 신작을 알릴 때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이 필요 없다는 점도 이득이다. 국내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마케팅 경쟁은 작품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큰 힘을 쏟는데, 이미 알려진 작품은 홍보에 크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3대 멀티플렉스에서는 자체적으로 명작을 발굴해 차별화된 기획 상품으로 내놓는다. ‘쇼생크’는 메가박스, ‘태극기’는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작이다.

재개봉 명작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20~30년 된 명작은 10·20 세대에겐 엄연히 신작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태극기'의 경우,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기 적합해 극장 나들이

로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기’ 주연 배우 장동건도 기자간담회에서 “‘태극기'를 재개봉한다고 했더니 중학생 아들이 ‘아빠하고 극장에서 같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직접 예매해 아들과 함께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희생

예술영화관도 4K 명작 발굴에 적극적이다. 독립·예술영화 전문 상영관인 아트나인을 운영하는 엣나인필름은 판권을 보유한 여러 예술영화의 4K 버전을 내달부터 잇따라 재개봉할 예정이다. 아카데미 9부문 수상작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1987), 영화 전문가들이 ‘거장 중의 거장’으로 꼽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유작 ‘희생’(1986)이 대표적이다. 특히 ‘희생’은 1995년 국내 개봉 당시 11만명이 관람하며 예술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다. 엣나인필름의 주희 이사는 “2030 세대가 극장에서 한 번도 못 본 전설적 작품을 계속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4K 기술력이 명작 부활 뒷받침

4K 디지털 기술력도 명작 재개봉 흥행을 뒷받침했다. 과거 작품이긴 하나 요즘 극장의 큰 화면에서 봐도 화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4K(4096 x 2160) 화질은 가로 픽셀이 약 4000개라서 붙여진 명칭이다. 디지털 영화 초기에는 2K(2048 x 1080)만 가능했으나 이제는 4K가 주류다. 4K 는 2K보다 데이터 용량이 4배 많아지고 화면은 4배 또렷하다.

해외에서는 2002년 영화 ‘E.T.’ 개봉 20주년을 맞이해 선보인 4K 버전을 원조로 꼽는다. 국내에서는 2016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시초로 4K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한국영상자료원 디지털복원팀의 손준호 팀장은 “영상자료원은 2019년부터 대부분의 영화 필름을 4K로 디지털화한다”며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등 334편을 4K 디지털 버전으로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4K 화질

4K는 가로 해상도가 약 4000픽셀(pixel, 점)인 화면을 말한다. 4K에서 ‘K’는 킬로(Kilo), 즉 1000을 뜻하는 단위다. 4K의 세로 해상도는 2160픽셀로, 4K는 총 885만 픽셀이 모여 한 화면을 구현한다. 디지털 영화 초기에 나왔던 2K(2048×1080)보다 4배 더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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