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온 ‘판사 선출제’
법원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1심에서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하자,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부인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대북 송금을 미리 보고받는 등 두 사람을 사실상 공범 관계로 보고 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재판부를 동시에 압박했다. 우선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찰을 수사하는 특검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피의자가 검찰을 수사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이 특검법을 거부하면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비난하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심판(판사)도 선출해야”라고 썼다. 국회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김승원 의원은 “사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계기”라고 했다. 검사와 판사에 대한 ‘좌표 찍기’와 집단 괴롭힘 같은 ‘개딸들’이나 하던 일을 국회의원들이 입법 수단으로 하겠다는 것 이다.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맡았던 국회 법사위원장을 자신들이 맡겠다며 강경파들을 법사위에 배치했다. 검찰과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사위를 민주당이 되찾으려는 것은 이 대표에 대한 방탄 때문일 것이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이날 대선에 출마하는 당대표는 대선 1년 전 당대표에서 사퇴하는 규정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 조항을 삭제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고위에서 의결했다. 이 대표 한 사람만을 위해 정당의 헌법까지 고치는데도 당내 반발이 없다. 비주류 인사들을 총선 공천 때 배제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그동안 검찰이 기소하거나 재판부가 판결을 하면 일단 존중 의사를 밝혀 왔다. 사법 체계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향후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려 했다. 그러나 이 대표 사건 이후 민주당은 이런 관례를 무너뜨리고 당 전체가 수사 방해와 재판부 위협과 같은 행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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