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내놓으라는 SM, 약속부터 지키라는 첸백시, 어이 없다는 카카오(종합)

정승민 기자 2024. 6. 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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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첸백시 기자회견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SM엔터테인먼트와 엑소(EXO) 첸백시의 갈등이 잘 봉합됐나 싶더니, 다시 한번 얼굴을 붉히게 됐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엑소 첸백시(첸, 백현, 시우민)의 SM엔터테인먼트 부당 처사 고발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INB100(아이앤비100) 모회사 공동 설립자인 차가원 피아크 그룹 회장, 김동준 INB100 대표, 이재학 변호사가 참석했다.

앞서 첸백시는 지난해 정산금, 장기 계약 등 문제를 들어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공정위에 제소했고,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SM엔터테인먼트는 외부 세력이 접근해 갈등을 조장했다고 밝히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이후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양측은 "그간 오해로 발생한 이견을 해소하고 상호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다"며 "서로 마음을 열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협의 및 수정 과정을 거쳤고, 앞으로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히며 이들의 갈등은 봉합됐다.

첸백시는 독립 레이블 'INB100'(아이앤비100)을 설립해 솔로 활동을 이어왔지만, 10일 첸백시는 소속사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가 협상 내용을 무시한 채 개인활동 매출의 10%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재학 변호사

같은날 기자회견을 연 이유를 밝힌 이재학 변호사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와 아이앤비100의 재협상이 진행돼 타결되고 공동 입장문으로 정리했던 사실은 많은 국민들과 팬분들이 기억할 것"이라며 "이처럼 협상이 타결됐음에도 SM이 입장을 바꾸어 합의 조건으로 약속한 음원-음반 유통 수수료 5%를 불이행하고, 아이앤비100에서의 아티스트 개인 활동(음반, 콘서트, 광고 등)의 10%를 요구하는 불합리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아티스트에게 더 이상의 부당한 요구, 개인 활동으로 인한 10%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경과를 설명한 이 변호사는 "2022년도 하순 SM이 아티스트에게 기존 전속계약이 만료되면 5년을 추가 연장한다는 계약서에 날인하면서부터다. 이미 12~13년의 전속계약이 진행 중이던 상황이었는데 만기되기 1개월 전 다시 5년을 연장했고, 17~18년에 이르는 재계약을 요구한 것"이라며 "그 중 일찍 계약서를 제안받은 백현은 8차례 조율을 요구했지만 SM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SM은 백현이 네가 먼저 계약해야 남은 멤버들이 더 많은 금액으로 계약할 수 있다고 했다. 백현은 당시 군 복무 중이었음에도, 전속계약 종료까지 1년이나 남은 시점에도 엑소와 엑소를 사랑하는 팬분들을 지키기 위해 위축된 마음으로 재계약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재학 변호사

또한 지난해 문제 삼았던 정산 자료에 관해서도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SM은 다른 아티스트들의 정보까지 혼재된 내용이 있어서 정산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전한 바 있는데, SM은 애초에 별도로 정산 자료를 작성해야 했다"며 "이를 이유로 정산 자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저희는 지난해 최초 보도 이후에도 SM에 계속 정산 자료 제공을 요구했는데 수세에 몰린 SM이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끝내 정산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팬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SM 탁영준, 이성수 대표는 저희 측에 합의 조건을 제시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첸백시 법률대리인 측이 밝힌 SM 측 합의 조건은 "당시 SM 이성수 COO는 첸백시가 설립할 신규 법인(INB100)이 기획, 개발, 제작한 음반 등 콘텐츠는 SM이 지정하는 자(카카오, 멜론 등)를 통해 유통하게 하고, 수수료 5.5%를 제공하게 할 것을 약속했다"며 "이성수 COO는 SM이 카카오 계열사에 유통 수수료 5.5%를 받는데, 계열사가 아닌 경우 10~25%를 받는다. 계열사는 아니지만 5.5%를 내게 해주겠다고 했다. 첸백시는 이런 SM의 계약을 믿고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합의서 초안에도 5.5% 유통 수수료 보장을 약속했는데, 곤란하지만 SM이 보장하겠다고 계약서에 넣어 체결했다. 이렇게 합의서를 날인한 후 SM이 합의하는 조건을 믿고 모든 법적 분쟁을 정리했다"며 "첸백시는 2022년도 말에 체결한 신규 전속계약(재계약)을 통해 받은 계약금도 각각 포기했다. 백현은 본인의 이런 노력을 통해 다른 아티스트의 권익도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추후 SM이 후배 아티스트 계약 조건을 개선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만큼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고 첸백시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녹취록을 공개하며 설명을 덧붙이는 이재학 변호사

그러나 SM이 약속을 위반했다는 이 변호사는 "저희는 SM이 이 약속을 지킨다는 사실에 기반해 계약을 체결했다는 부동의 증거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성수 COO가 위와 같은 합의 조건을 말한 녹취 자료를 제시하겠다"고 말하며 2023년 6월 14일 세 차례에 걸친 차가원 회장과 이성수 COO의 녹취록을 일부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성수 COO는 차가원 회장에게 어떤 플랫폼이든 수수료 9%는 내야 하지만 SM이 수수료를 5%로 감액해준다거나, 백현이 더 부담해야 하는 유통 수수료를 SM과 같은 수수료인 5.5%로 낮춰주겠다거나, 15%가 5.5%로 내려오는 건데 9.5% 이득을 보는 거 아니냐는 등 차가원 회장을 회유하는 듯한 발언이 담겼다.

또한 이성수 COO는 "(카카오가) SM에서 특별히 받는 요율이 있는데, 이번에 딜을 한 게 저희가 5.5%를 받는 거다. 이 요율을 카카오한테 백현한테도 적용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며 "카카오에서도 내부적으로 큰 틀에서 합의를 해줬다. 이제 진짜 합의 해보자"는 등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후 이 변호사는 SM의 행위가 형사 처벌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만일 SM이 첸백시에게 전했던 5.5%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첸백시에 합의를 체결하게 하고 법적 분쟁을 중단하게 한 것이었다면 이것은 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만일 SM이 계속해 매출액 10%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면 더 이상 합의서는 의미가 없으므로 사기 취소하거나 SM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해지하고 상기 합의서 체결 과정에 관한 형사 고소 검토 및 공정위 제소 검토 등으로 대응하겠다. 정산 자료 제공 거부 등 작년에 지적했던 법적 쟁점들을 다시 제기하겠다"고 엄포했다.

그러면서도 이 변호사는 네 가지 사항을 차례대로 언급하며 SM의 이행을 요구했다.

첫째. SM은 2023년 6월 18일자 합의서 체결 조건으로 약속한 음반 음원 유통 수수료 5.5%를 보장할 의무를 불이행한 사실을 인정하라.

둘째. SM이 위 합의 조건을 불이행한 것이 사실이므로 더 이상 아이앤비100에서 아티스트들이 개인 명의로 올리는 매출액 10%를 요구하는 언행을 삼가라. 다만 아티스트와 아이앤비100은 엑소, 엑소 유닛 관련 표지와 SM이 보유한 음원, 음반 콘텐츠 등 자산에 대한 매출액은 지급할 용의가 있다.

셋째. 18일 합의서 체결 이후에도 3인 아티스트는 SM과 엑소로서의 활동은 계속하면서 정산 자료를 지급받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SM은 예전처럼 기존 자사 양식으로 작성한 자료만 보여줄 뿐 여전히 변함없이 정산 자료와 근거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정산 자료와 근거 자료를 즉시 제공하라.

넷째. 각 아티스트들은 작년에 주장한 것처럼 기존 전속계약에 대한 정산 자료와 근거 자료를 검토하고자 한다. 작년에 제공하겠다 약속한 바와 같이 기존 정산 자료와 근거 자료도 즉시 제공하라.

이상 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대리인과 아이앤비100, 아티스트들은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아티스트들은 본인의 소명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엑소를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을 위해, 그룹을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차가원 회장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차가원 피아크 그룹 회장은 빅플래닛메이드엔터 최대 주주이자 빅플래닛메이드엔터, 아이앤비100 모기업인 원헌드레드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해 첸백시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SM엔터테인먼트가 아티스트에게 접근한 외부 세력으로 빅플래닛메이드엔터를 지목했던 바 있는데, 빅플래닛메이드엔터는 최근 원헌드레드가 인수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과거 빅플래닛메이드엔터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MC몽도 템퍼링 의혹에 휩싸였는데, 직접 부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가원 회장은 첸백시 사태가 템퍼링이라는 의혹을 다시 한번 전면 부인했다.

먼저 차가원 회장은 "백현과 저는 매우 친한 관계로, 신동현 대표(MC몽) 역시 백현의 연예계 선배이자 가까운 형이다. 신동현 대표는 많은 아티스트와 소통하면서 조언을 많이 해주고 미팅도 하면서 좋게 잘 지내고 있다. 백현과 저와 신동현 대표는 가족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라면서도 "빅플래닛은 원헌드레드가 흡수하면서 하나가 됐다. 다만 이 사태는 템퍼링이 절대 아니다. 첸백시 사태 당시 저는 빅플래닛메이드엔터를 인수한 상태가 아니었다. 또한 당시 빅플래닛메이드엔터 박장현 대표와 백현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템퍼링이 빅플래닛과 연결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차 회장은 "백현은 아이앤비100을 본인이 홀로 설립한 거고, 그 뒤 얼마 전까지 홀로 운영하고 있었다. 템퍼링 의혹은 절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차가원 회장

특히 차 회장은 SM에 대한 무조건적인 형사 고발은 생각에 없다면서도 공을 SM에 넘겼다.

차 회장은 "형사고발은 예민한 사안이다. 아티스트가 정산 자료 제공을 원하는 상황인데 이는 아티스트 권리이자 당연히 회사가 해줘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다른 회사인 빅플래닛메이드 역시 아티스트분들에게 정산 내용을 공유하고 있으며 문제가 있으면 의논하게 돼 있다"며 "무조건적인 형사고발이 우선이 아니라 SM이 저희가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면 최우선으로 첸백시 의견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소통해서 결론을 내릴 것 같다. 지금부터는 모든 사안이 SM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수수료에 관해 카카오에 직접 문의해봤다는 차가원 회장은 "빅플래닛메이드 유통 수수료는 상당히 높은데, 엔터 업계에서 유통 수수료 요율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유통사에 이 부분을 물어봐도 정확하게 답변을 안 해주셔서 이성수 대표가 말해준 5.5%는 저한테 충격적인 요율이었다"며 "카카오는 SM이 약속한 유통 수수료 5.5%를 전달받은 적이 없고, 거기에 맞춰줄 수도 없다고 하더라. (SM엔터테인먼트가) 자기 회사도 아닌 카카오라는 다른 회사의 유통 수수료까지 거론하면서 카카오의 합의서를 받아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던 담당자와의 녹취록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준 대표

끝으로 아이앤비100, 빅플래닛메이드 김동준 공동대표는 아티스트의 권익 보호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가 엔터 산업의 발전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35년간 엔터 산업에 몸담아온 저도 SM이라는 대형 기획사에 맞서는 기자회견은 보지 못했다. 저로서는 그만큼 용기가 필요했고 절박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더 이상 소속 아티스트들이 부당한 조건을 요구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아티스트도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산 등 계약 내용이 정확히 지켜져야 할 것이다. 소속 가수인 이승기, 비오 씨가 전 소속사와 정산 문제를 겪었는데 당사는 그런 문제에 있어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린다. 모든 기획사들이 높아진 K-팝 콘텐츠 수준만큼 명확해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진=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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