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지방 유학’

최동열 2024. 6. 1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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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조기 유학생으로 꼽히는 최치원은 12살,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 나이에 당나라로 가서 공부하고, 그곳 과거에 합격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방 유학'이 뜨고 있다.

전국 각지에 분야별 경쟁력을 갖춘 캠퍼스가 많이 생겨나 지방 유학이 성행한다면 좋겠지만, 의대 진학을 위한 방편으로만 활용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유감스러운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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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이다.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것’ 또는 ‘국내 다른 지역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되는 한자는 양자가 전혀 다르다. 해외는 머무를 ‘유(留)’ 자를 쓰지만, 국내 타지는 놀 ‘유(遊)’ 자를 쓴다. 그렇다고 그게 부정적 의미는 아니다. 우마의 먹이를 찾아 옮겨 다니는 이들을 유목민(遊牧民)이라고 하는 것처럼 배움을 찾아 이동하는 학생으로 봐야 한다.

유학의 역사는 오래됐다. 배움을 좇는 것은 인간의 기본 덕목이니, 문명의 태동·발전과 궤적을 같이한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신라 3최(崔)’로 일컬어지는 최치원·최승우·최언위는 모두 도당(渡唐) 유학생 출신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조기 유학생으로 꼽히는 최치원은 12살,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 나이에 당나라로 가서 공부하고, 그곳 과거에 합격했다. 최치원의 아버지 최견일은 소수 상류층이 득세하는 골품제 사회에서 6두품 신분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더 큰 세계에서 공부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당나라로 가는 상선에 어린 아들을 태웠다.

선진 문물과 학문을 익히고, 꿈을 펼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최치원 같은 유학을 생각하지만, 누구나 마음먹는다고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학자금과 생활비 등의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제반 경비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고, 요즘은 지방도시들이 서울에 ‘00 학사’ 같은 기숙 시설을 제공하면서 체재비 부담을 덜어주는 사례도 흔하다. 그렇게 해도 인기 드라마 제목처럼 ‘스카이 캐슬’이 워낙 공고해지는 현실 여건상 열악한 조건의 지방 학생들이 학력 격차나 경비 부담의 벽을 넘어서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방 유학’이 뜨고 있다. 의대 증원으로 지역인재전형 선발이 늘어나면서 강원도가 유학 마케팅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의대를 겨냥해 강원도로 옮겨오는 수도권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전국 각지에 분야별 경쟁력을 갖춘 캠퍼스가 많이 생겨나 지방 유학이 성행한다면 좋겠지만, 의대 진학을 위한 방편으로만 활용된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유감스러운 자화상이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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