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인데 형사고발은 발 빼기··· 첸백시, 뭐가 긴급했나[스경X초점]
김원희 기자 2024. 6. 11. 00:01
그룹 엑소의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면전을 선언했다.
이들의 소속사 아이앤비100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을 상대로 합의 조건의 이행과 부당한 요구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세 멤버(이하 첸백시)와 SM간의 분쟁이 재점화 된 것은 지난해 6월 첸백시가 SM을 상대로 전속 계약 해지 및 공정위 제소 등 법적 대응을 했던 이후 1년여 만이다. 당시 양측은 분쟁 한 달 여만의 극적 합의를 이뤘으나, 아이앤비100 측이 당시 합의 내용과 관련해 1년 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봉합된 줄 알았던 갈등은 다시 터졌다.
아이앤비100은 이날 오전 긴급 공문을 배포하고 수십 명의 언론 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았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 사안의 어떤 부분이, 이미 몇 주 전부터 예정된 타 아티스트들의 쇼케이스 등 일정을 뒤로하게 만들 정도로 긴급했는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기자회견 개최 공문에 명시한 것보다 더 발전된 내용은 없었으며, 그나마도 마땅히 인정하기 힘든 주장과 해명으로 팬덤마저 등을 돌린 모양새다.
이 상황의 당사자인 첸백시 혹은 백현은 자리하지 않았고, 모회사인 원헌드레드의 차가원 대표가 이들을 대신해 준비된 대답을 전했다. 아이앤비100의 김동준 대표가 자리하긴 했으나,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었을 뿐이다. 이날 전한 아이앤비100 측의 주장과 이에 대한 SM의 반박을 정리했다.
“유통 수수료 보장 불이행” VS “다른 방식으로 배려”
첸백시의 법률대리인 이재학 변호사는 “SM의 이성수 CAO는 아이앤비100이 기획·제작한 음반 콘텐츠를 SM이 지정하는 유통사(카카오엔터)에서 유통할 시 타 유통사의 수수료율보다 낮은 5.5%에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CAO와 차 대표가 나눈 대화 녹취 일부를 공개했다.
또 “이 CAO는 SM이 유통사는 아니므로 합의 내용에 그 보장 조건을 넣는 것은 곤란하다며, 합의서에 없더라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해당 조건을) 기재하지 않은 채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형 기획사에 몸담았던 아티스트가 독립 법인을 설립하며, 그것도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도 이런 허술한 계약에 서명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백현이 엑소와 팬들을 지키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SM은 “유통사와 협상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언급한 부분”이라며 “최종적으로 유통 수수료율 등의 조정이 어렵게 되었을 때, 당사는 첸백시 측에 (당사에서 발매하려던 솔로 앨범을 개인 법인에서 발매, 백현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일본 공연 위약금 지불 등) 다른 식의 배려를 해 주었다”고 밝혔다.
또 “이와 별개로, 첸백시 및 아이앤비100은 당사가 주요 주주로 있는 타 유통사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도 전했다.
“매출의 10% 지급 요구 부당” VS “엑소로 권리만 누려”
첸백시 측은 “아이앤비100에서의 제반 활동에서 발생한 매출의 10%를 지급하라는 내용이 있다”며 “아이앤비100의 매출액은 독자 레이블로 앨범 판매, 콘서트, 광고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인데, SM에게 지급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지급하기로 한 것은 낮은 유통 수수료를 지켜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나, 약속은 지키지 않고 매출 10% 지급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SM은 “개인 법인 매출의 10%를 당사가 받는 부분은 당사와 엑소 중국 멤버들과의 전속 계약 분쟁 시에 법원의 중재에 따라 실제로 실행되었던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앤비100은 어느새 MC몽, 차가원 측의 계열사로 편입되었고, 이제는 합의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당사에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이는 엑소 멤버로서의 권리와 이점만 누리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팬들 역시 SM과 같은 기조를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SM에서 발표했던 곡들로 개인 활동도 할텐데 온전히 본인들 매출이라고 할 수 있나’ ‘오늘 기자회견으로 매출액 10%보다 더 많은 걸 잃었을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가족 이상의 관계” VS “템퍼링 명백”
템퍼링 문제도 다시 제기됐다. 아이앤비100은 지난달 차 대표와 가수 MC몽이 공동 투자로 설립한 원헌드레드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원헌드레드는 SM이 첸백시의 ‘템퍼링’(연예인 빼가기) 의혹을 제기했던 빅플래닛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SM은 첸백시와 합의를 이루며 템퍼링 의혹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무마했지만, 아이앤비100이 결국 원헌드레드에 합류하면서 다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차 대표는 “백현과 신동현 대표(MC몽), 저는 가족 이상으로 가까운 관계다. 연예계 선배이자 지인으로 조언했을 뿐”이라며 “당시 빅플래닛메이드를 인수한 상태가 아니었고, 백현은 아이앤비100을 혼자 설립했고 혼자 운영했다”고 부인했다.
SM은 “이 모든 사건의 본질은, 당사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MC몽, 차가원 측의 부당한 유인(템퍼링)”이라며 “개인 활동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싶다는 첸백시의 요청을 수용했으나, (중략) 아이앤비100은 MC몽, 차가원 측의 자회사로 편입된 상황이다.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밝힌 내용을 통해 템퍼링이 분명한 사실로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이어 “첸백시와 합의서를 체결할 당시, 템퍼링에 대한 부분을 문제 삼지 않는 대외적 메시지를 배포하면서까지 엑소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당사는 오늘 기자회견을 접하고는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면전 시작, 형사고발은 민감” VS “법원 통해 책임 물을 것”
차 대표는 이날 SM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내세워서 첸백시를 설득한 일종의 사기 합의 행위다. SM과 전면전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더는 소속 아티스트가 억울한 피해를 보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렸다.
그러면서도 “합의서를 사기 취소 혹은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해지하고, 형사 고소 및 공정위 제소를 검토할 것”이라는 이 변호사의 말과 관련, 형사 고소 계획을 묻는 말에는 “형사고발은 민감한 사항이다. 우리는 정산 자료를 받고 싶은 것이지, 형사 고발은 우선이 아니다. 저희가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답변이 와야 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SM은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SM은 “전속계약에 이어 합의서까지 무효 주장을 되풀이하는 첸백시의 행동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첸백시 측은 여론전을 통해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당사는 법원을 통해 첸백시 측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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