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嫌北’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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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뉴스 보고 싶지 않아요."
지난 4월 통일부에 출입하는 다른 후배 기자가 열심히 써놓은 북한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었다.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뤄온 다른 방송사 선배 기자는 회사로 "북한 이야기만 하는 저 기자 좀 안 나오게 하라"는 항의까지 왔다고 했다.
염북시대 북한 담당기자 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뭘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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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뉴스 보고 싶지 않아요.”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전문가들도 고민에 빠져 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하면 좋을지 논의하는 토론회장에 모인 전문가 중 한 명은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연구자들 중에 이거 연구하겠다는 사람도 없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손대지 말라는 수정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건 알지만, 이렇게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하는 게 차라리 낫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주년이라는 이 기념비적인 해에 통일방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차갑기 그지없으니 나온 자조 섞인 한탄이었다.
대북전단이 결국 ‘오물풍선’이 되어 돌아왔다.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난 것이 지난해 9월이니 무려 8개월의 시간이 있었지만 전단 문제를 어떻게 할지, 책임 있는 정부와 국회 어디서도 이렇다 할 대책 논의가 되지 않았다. 5월 말, 처음 ‘오물풍선’이 날아온 날 풍선에 분변이 있는지 없는지를 놓고 언론은 취재 경쟁을 벌였고, 당국은 분변이 있는지 없는지 아니면 하나에라도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북한이 보냈다는 3500개 풍선 중 어딘가에 분변이 있을지, 그 분변이 가축의 것인지 사람의 것인지 과연 누가 찾아내서 ‘대특종’을 하고, 정부가 이를 “지저분한 도발”이라며 얼마나 목소리를 높일지 모르겠다. 사실 풍선을 만난 덕에 직접 뒤져봤다는 한 선배 기자는 대부분 멀쩡한 종이를 잘라 어거지로 만든 쓰레기라 놀랐다고 한다. 무엇이 들었거나 북한이 보내는 풍선은 대북전단이 자기들에게 ‘위협’이 아니라 쓰레기라는 메타포와 짜증인데 정부는 모른 척한다. 정상적인 눈으로 보면 모두 혐오스러울 뿐이다. 오물풍선을 주고받은 남북은 염북을 넘어 혐북시대를 열었다.
최근 북·중 접경의 중국 쪽에서 북한을 촬영한 영상을 봤다. 영상속 북한 어린이가 카메라를 향해 “남조선 것들이가 가라우 가!”라며 발길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어서 학습하고 변화한다. 남한에서 혐북이 곪으면 북한에서도 혐남이 생긴다. 혐북이 혐남을 부르면 혐한이 오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현 정부가 그토록 좋아하는 북한 내 한류는 남북이 평화공존을 모색하며 남북 민간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 전파된 것이다.
김예진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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