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니車 아프리카 진출 50년… 그들의 미래에 한국이 함께하자
아프리카가 서울로 옮겨 온 느낌이다. 지난 6월 4일과 5일 개최된 ‘2024 한·아프리카 정상 회의’에 초청 대상 48국 모두 대표단을 파견하였고, 25국 정상이 윤석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이전부터 한국과 교류해 온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뿐만 아니라, 수교는 했지만 교류가 거의 없던 모리타니, 상투메프린시페, 에리트레아, 토고 등과도 관계를 새로이 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를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우리 정부가 이런 대규모 다자 회의를 개최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와 학자뿐만 아니라 이번 회의는 우리 기업에도 주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은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다. 1976년 포니 자동차가 나이지리아, 가봉, 라이베리아로 수출된 이후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현대·기아차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수단, 리비아, 알제리,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에서 한국 기업들이 전개한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은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심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이 기업들의 활동은 진출 당시 미수교 상태였던 국가와의 외교 관계 수립에 일조하였다.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한국산 자동차, 휴대폰, 가전제품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은 현지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CSR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 예로 현대차 그룹은 남아공, 모로코, 가나, 짐바브웨, 베냉, 세네갈 같은 국가에서 직업 교육 센터, 병원 설립, 농업 인프라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우리 기업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다른 대륙에 비해 아직 아프리카에서 우리의 존재감은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전체 투자와 무역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율은 2% 미만에 불과하다. 기초 인프라 취약, 분쟁, 치안 불안, 부패 등 여러 지리적·정치적·물리적 요소가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는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미래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지고 있다. 광물자원 및 비옥한 농토 풍부, 두꺼운 젊은 인구층, 넓은 소비 시장 등은 아프리카의 매력을 제고하였다. 또한 아프리카 연합(AU)의 G20 가입에서 보듯 국제 무대에서 아프리카의 영향력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미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 브라질,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등도 아프리카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뿐 아니라, 아프리카 자체의 노력도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스스로 경제발전 및 공동 번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프리카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GDP 3조4000억달러 규모의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가 출범하였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식민 지배 유산인 1차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일의 폐해를 절감하면서 제조업, 서비스업 육성을 통한 산업 다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들은 개발 협력이 민간 기업의 투자 증가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동시에 ‘아프리카의 문제는 아프리카의 손으로 해결한다’라는 자세로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정세 불안 해소를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 회의에서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민간 기업의 거리감을 좁히고 아프리카 진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는 여러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한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 확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970~80년대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 제고 및 해당국과의 외교 관계 구축으로 이어졌듯이, 향후 한국 기업의 진출 확대가 아프리카와의 진정한 파트너십 구축에 일조하기를 염원해 본다.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지역이라는 인식, 그리고 우리 제품의 판매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으로만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아프리카가 미래로 가는 길에 한국이 함께한다는 인식을 아프리카인들이 가질 수 있도록 다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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