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만에 다시 보나…간격 당겨진 푸틴·김정은 회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밀착 필요성 커진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북한을 답방할 가능성이 가시화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 베도모스티는 10일(현지시간)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 북한과 베트남을 차례로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대로라면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한 지 9개월 만의 빠른 재회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은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성사됐는데 이번엔 만남의 주기가 대폭 당겨진 셈이다.
2000년 7월 이후 24년만의 방북이기도 하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찾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회담했다.
6월 안에 방북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5선 취임식 한 달만이 된다.
푸틴 대통령은 2019년 북러 정상회담을 한 뒤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받았지만 공식적으로 초청을 수락했다고 발표하지 않았고 답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과 대립하는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북한이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하고 있고 러시아는 중국, 북한 등과 반서방 진영 구축을 시도하는 만큼 푸틴 대통령도 '특별 관리 대상'인 북한 방문에 적극성을 보이는 모습이다.
올해 2월엔 러시아제 최고급 세단 아우루스를 선물하기도 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올해 초 푸틴 대통령이 수십개국의 초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는데 푸틴 대통령은 새 임기 순방지로 북한을 비교적 우선순위에 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은 북러 밀착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실재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5기를 공식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중국(지난달 15∼16일), 벨라루스(지난달 23∼24일), 우즈베키스탄(지난달 26∼28일) 등 전통적인 우호국을 연달아 찾았다.
푸틴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서방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동방'으로 눈을 돌리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와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 영장 발부로 해외여행에 제약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키르기스스탄, 중국,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만 방문했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으로 무기 이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작전에 사용할 무기를 제공한다는 의혹이 더 부각됐다.
더욱이 미국 등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자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긴장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을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던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도 군사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문화, 스포츠, 관광 분야 협력 외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 이주 노동자 수급과 에너지 공급 확대 문제 등도 의제가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3∼4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또 만날 예정이어서 북한, 중국 정상과 잇단 접촉으로 북중러 밀착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북한, 베트남 방문 일정을 적시에 발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오는 9월 3∼6일 북한과 가까운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북러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푸틴 대통령이 북한 답방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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