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사위만 달라”...野 “11개 모두 갖겠다” 한밤 표결 강행
10일 밤 8시 50분쯤 국회 본회의장에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나란히 들어섰다. 본회의장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만 자리했다. 의장 단상에 오른 우 의장은 전체 상임위원회 18곳 가운데 운영위·법제사법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민주당 의원들로 선출하는 안을 상정했다. 우 의장은 “(국회) 관례가 국회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면서 표결에 들어갔고, 민주당 안대로 상임위원장 11명 선출안이 통과됐다.
야당이 국회의장에 이어 운영위·법사위 위원장까지 맡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4년 전 21대 전반기 국회 때도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운영위·법사위 위원장을 모두 가져갔지만, 그때는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었다. 특히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원내 1당이 아니더라도 여당 원내대표가 맡아왔다. 17대 국회 때부터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던 관례도 민주당이 이번에 가져가면서 21대 전반기에 이어 두 번째로 깨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거 강행에 강력 반발하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대신 국회 본관 국회의장실과 로텐더홀에서 ‘이재명 방탄, 사죄하라’ ‘우원식 의장,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며 항의 농성을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늘 민주당도 죽었고, 국회도 죽었다. 민주당도, 국회도 이재명 1인 독재 체제로 전락했다”며 “민주당 의원 여러분, 역사가 여러분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기억할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날 낮부터 협상을 벌였지만 운영위·법사위·과방위 위원장을 어느 쪽이 맡을지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 협상은 이날 밤까지 이어지면서 본회의는 애초 예정됐던 오후 2시에서 오후 5시, 오후 8시로 두 차례 연기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밤 본회의 개의 직전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운영위·과방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는 막판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를 거부했다고 추경호 원내대표가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민주당과 우 의장은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 선거를 강행했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부터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11자리 임명 강행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전엔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간담회를 열었고, 오후 3시쯤엔 의원 총회를 열어 “민주당의 의회 독재에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우원식 의장을 향해 “국회 관례를 지키라”며 항의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오후 당 회의에서 “우리 당은 모든 것을 민주당과 함께 협치하며 함께 국정을 담당하겠다”며 “진심으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께 (원 구성에 협조해주길) 말씀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 총회에 앞서 우원식 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국회법에 규정된 시한대로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을 뽑자”는 우 의장과 “여야 협의가 국회법 해석 기준이자 국회 운용의 관례”라는 추 원내대표 주장이 맞서면서 면담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한다.
이후 우 의장과 추경호·박찬대 원내대표는 오후 4시 20분부터 1시간가량 회동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세 사람은 이어 오후 8시에 다시 만나 재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됐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30분 전인 오후 8시 29분쯤 황우여 비대위원장까지 국회의장실을 찾았지만, 국회 본회의를 막지는 못했다.
22대 전반기 국회 원 구성은 국회의장이 선출되고 9일 만에 원 구성을 완료한 18대 후반기 국회 때와 비슷한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18대 후반기 국회 때는 여야 원내대표 협상으로 원 구성이 신속히 이뤄졌지만 이번엔 여야 협치가 실종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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