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독주' 힘으로 법사위 확보…법사위원장 정청래·과방위원장 최민희

오문영 기자, 정경훈 기자 2024. 6. 1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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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상보)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불참 속에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2024.6.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제22대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의 보이콧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비롯한 11개 상임위원회 구성을 의석수로 밀어붙였다. 여야 원내대표가 본회의 직전까지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운영위원회(운영위) 등 핵심 상임위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까닭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18개 상임위 중 11개 상임위 위원장 인선을 표결 처리했다. 여야 협상 쟁점이던 법사위와 운영위 등이 표결 대상으로 모두 민주당이 지정한 상임위원장이 선출됐다. 국민의힘이 제출하지 않은 11개 상임위의 위원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강제 배정했다. 총선 후 첫 집회일(지난 5일) 이후 2일 이내에 상임위원 선임 요청이 없으면 국회의장이 선임할 수 있다는 국회법 48조에 따른 것이다.

22대 국회 첫 법사위원장에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선출됐고, 운영위원장은 박찬대 원내대표,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박정, 교육위원장은 김영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최민희, 행정안전위원장은 신정훈,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전재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어기구, 보건복지위원장은 박주민, 환경노동위원장은 안호영, 국토교통위원장은 맹성규 의원이 각각 맡게 됐다.

이날 본회의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여했다. 여야는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민주당이 11개·국민의힘이 7개)을 맡는 데 이견이 없었으나,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자당 몫으로 주장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날까지 본회의 시간을 두 차례 미루며 협상을 이어왔으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의 법사위 사수 의지에는 주요 특검법과 쟁점 법안들을 원만하게 추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각 상임위에서 강행 처리한 법안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에서 계류(국회법상 최대 60일·60일이 지나면 소관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 가능)되는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이에 민주당은 법사위 논의를 건너뛰기 위해 채상병 특검법 등을 신속 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등 우회로를 활용하기도 했다. 운영위의 경우 민주당이 확보하면 국회 내 대여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일 수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를 뚫고 의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4.06.10.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에 반발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열린 의장실 앞과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길목인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방탄 사죄하라' '우원식 의장 사퇴하라' 등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국회정신 무시하는 민주당은 각성하라" "협치파괴 책임있는 우원식은 물러나라" "일방적인 국회운영 우원식은 사죄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고심 끝에 법사위를 여당에 준다면 운영위와 과방위를 민주당에 줄 수 있다는 제안을 했으나 민주당에서 단칼에 거부했다"며 "민주당이 초지일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법사위와 운영위를, 방송 장악을 위해 과방위를 움켜쥐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협상이 완전 결렬됐다"고 밝혔.

추 원내대표는 또 "지금까지 어떤 중재력도 발휘하지 않고 민주당 대변인처럼 일관되게 민주당의 편을 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도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도 전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에서 "국민의 뜻과 국회법에 따라 국회 운영해야 하는 의장으로서 원 구성과 개원을 마냥 미룰 수 없었다"며 "(국민의힘의) 관례를 존중해달란 말씀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관례가 국회법 위에 있을 수 없고, 또한 일하는 국회라는 절대적 사명에 앞설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라며 '반쪽 본회의' 개최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등 동료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4.6.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민주당은 이번 주 내에 나머지 상임위원장도 선출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하는 방안도 유력 검토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당이 책임을 져서라도 하루빨리 국회가 가동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당 시절이던 지난 21대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원 구성을 단행한 바 있다.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일단 우선 선출하고, 2주 뒤에 나머지 상임위원장까지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87년 민주화 이후 과반 정당이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차지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정의당·국민의당 등 의원 전원은 민주당 독주에 항의해 표결에 불참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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