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 측, 민희진에 민사소송 추가…27분짜리 영상으로 표절 해명
아일릿(ILLIT) 소속사 빌리프랩(BELIFT LAB)이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가 제기한 아일릿의 뉴진스(NewJeans) 표절 의혹을 반박하는 27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민 대표를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데 이어, 민사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고 알렸다.
빌리프랩은 "5월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어도어 임시 주주 총회에서 하이브가 가진 의결권의 행사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지 표절 사안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며 "가처분과 별개로 당사가 민희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사건은 이제부터 진행되어야 할 영역"이라고 10일 발표했다.
그러면서 "K팝 역사에 남을 놀라운 데뷔 성과를 만들고도 그동안 멍에를 짊어지고 숨죽여 온 아티스트와 빌리프랩 구성원, 참여 크리에이터들의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금일 추가로 제기하여 민희진 대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라고 알렸다.
빌리프랩은 "아티스트(아일릿)에 대한 폄훼와 공격은 전체 콘텐츠의 앞뒤 맥락을 빼고 비슷한 장면을 캡처하고 모아서 편집한 사진과 짧은 영상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라며 "저작권 침해 요소에 대한 합당한 근거 제시조차 없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표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크리에이터이자 한 레이블의 대표라는 책임감 있는 위치에 있는 분에게 맞는 문제 제기 방식이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이번 제작 영상을 두고는 "민희진 대표의 표절 주장의 문제점과 이 주장이 향후 K팝을 포함한 대중문화 전반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라며 "특히 '제작 포뮬러'라는 자의적인 기준을 앞세워 마케팅 활동과 명절 한복 화보 등 이미 수많은 유사 사례가 이전부터 있었던 것조차 새로 창조한 것인 양 포장했던 부분 등 민희진 대표의 억지와 허구성에 대해 분명한 설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빌리프랩은 "전문적인 영역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까지 본인에게 유리한 입장만 짜깁기하고 왜곡하는 행위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이는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활동을 엄청나게 위축시킬 것이고, 민희진 대표 또한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민희진 대표가 아일릿을 포함한 관련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빌리프랩은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표면상으로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지만 정작 본인의 행위로 인해 겪지 않아야 할 폭력과도 같은 심각한 악플에 시달리는 아티스트를 포함해 무고한 피해자들에게 단 한마디 사과와 반성도 없었으며 이 일을 미디어 등 남의 탓으로 돌렸다.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본 사건으로부터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프로젝트에 헌신한 구성원과 스태프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빌리프랩의 중요한 책무다. 빌리프랩은 이를 위해 앞으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글을 맺었다.
이날 오후 빌리프랩 어나운스먼트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표절 주장에 대한 빌리프랩의 입장'은 27분 50초 분량이다. 빌리프랩의 김태호 대표, 최윤혁 부대표, 이가준 헤드 오브 오퍼레이션(Head of Operation), 허세련 비주얼 디렉터, 명상우 퍼포먼스 디렉터, 전응준 IP 전문 변호사 등이 출연해 민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방식과 내용으로 구성됐다.
김태호 대표는 "뉴진스는 10대들의 이야기를 하는 팀이라는 생각보다는 90년대 말, Y2K 이런 거에 노스탤지어(향수)를 갖고 있는 세대들에게 조금 더 사랑을 많이 받는 그런 팀이라는 생각을 저는 좀 했다. 그리고 아일릿은 반대로 반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굉장히 댕댕이(멍멍이) 같은 친구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콘셉트를 갖고 기획한 팀"이라고 말했다.
아일릿의 방향성을 '낫 뉴진스'(NOT NewJeans) '낫 블랙핑크'(NOT BLACKPINK) '낫 아이브'(NOT IVE)로 잡았다고도 부연했다. 빌리프랩은 뉴진스를 "10대이지만 어른들의 상상 속 로망의 대상"으로, 블랙핑크를 "다가갈 수 없는 완벽한 셀러브리티"로, 아이브를 "누가 봐도 인형 같고 공주 같은 선망의 대상"으로 표현했다.
김 대표는 "그 세 팀이 보여주었던 성공의 그림자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오히려 그 팀의 그림자에 잡아먹힐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아일릿의 데뷔 앨범 '슈퍼 리얼 미'(SUPER REAL ME)는 "어른들이 만든 환상 속 소녀가 아닌 미완성인 오늘을 사랑하는 소녀"에서 착안했다는 게 빌리프랩 주장이다.
허세련 비주얼 디렉터는 아일릿 패션을 두고 "걸 코어라는 게 패션 트렌드였다, 한동안. 벌룬 스커트라든지 공주풍의 이런 의상들을 귀여운 스타일로 재해석을 한 건데 귀여운 아이템들하고 스니커즈나 워커나 스트릿풍의 아이템을 믹스했다. 패션 쪽에서는 아일릿 코어라고 이름 붙여주셨더라"라고 전했다.
최윤혁 부대표는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하고 그리고나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가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영상 말미에는 "아일릿 데뷔 미니 1집 '슈퍼 리얼 미'는 이분들의 참여와 헌신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빌리프랩은 여러분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해당 영상은 23일 저녁 10시 10분 기준 조회수 13만 회를 돌파했고, 댓글도 1만 3천 개 이상 달렸다. 다만 빌리프랩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빌리프랩과 어도어를 산하 레이블로 둔 하이브(HYBE)가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를 이유로 감사권을 발동하고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올해 4월 22일 알려졌다. 민 대표는 그날 저녁 공식입장을 통해 이번 일의 핵심은 '아일릿의 뉴진스 모방'이라며 아일릿이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류의 등장으로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되었고, 불필요한 논쟁의 소재로 끌려 들어가 팬과 대중에게 걱정과 피로감을 주었다. 이러한 사태를 만들어 낸 장본인은 하이브와 빌리프랩이건만,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어도어 및 뉴진스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민 대표는 4월 25일 첫 기자회견에서 "제가 아일릿을 비방하는 게 아니라, 게네가 무슨 죄가 있겠나. 어른이 문제지"라며 "문제는 이 우리의 제작 포뮬러 자체를 너무 모방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뷔 2년도 안 된 뉴진스를 대상으로 제작 포뮬러를 답습하는 시도가 아일릿을 통해 일어나고 있고, "이게 업을 망가뜨린다"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의 공개 언급으로 그룹 방탄소년단(BTS), 르세라핌(LE SSERAFIM), 아일릿이 상처받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취재진이 질문하자 민 대표는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이 언급을 그만해야 한다. 말을 안 하면 된다. 자꾸 끄집어 내면서 상처를 주냐 마냐 하는 거 언급하는 거 자체가 상처"라며 "상처를 봉합하고 씻어내기 위해 타협이 필요하다는 거다. 대화를 하고 이거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모색안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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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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