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하다 공소시효 끝나는 ‘친족간 성폭력’…대책 법안은 폐기

신현욱 2024. 6. 1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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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족 간 성폭력 사건은 해마다 4백여 건 넘게 발생하지만, 피해자들이 어린이인 경우가 많고 가족 간 사건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피해자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친족 성폭력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를 없애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신현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0대 여성 김 모 씨는 유년 시절 아버지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 모 씨/친족 성폭력 피해자/음성변조 : "책상 밑에서 자꾸 나는 숨으려고 하고 아침이 되면 '이 고통이 좀 끝나가고 있구나'라고…."]

가해는 10년 동안이나 이어졌지만, 피해 사실을 처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던 건 성인이 된 이후였습니다.

[김 모 씨/친족 성폭력 피해자/음성변조 : "엄마한테 얘기했을 때도 뭐 그냥 잊으라고 했던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려면 잊어줘야 되는 일이다…."]

30대 여성 김민지 씨도 7살 때 사촌오빠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지만, 피해를 호소하기까진 20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끝나 고소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김민지/친족 성폭력 피해자 : "가족의 이미지가 있잖아요. 내가 같이 살아온 경험들, 근데 그게 완전히 '와장창' 깨지는 거란 말이에요."]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절반 이상은 사건 해결을 위한 첫 상담을 받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때문에 상담 시점에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경우가 57%가 넘습니다.

[신진희/성폭력 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 : "가족 간에 일어난 일들은 또 은밀하게 일어난 것이고 실제로 그걸 목격한 사람조차도 신고를 만류하는 경우가 친족 성폭력의 특징이기도 하거든요."]

2011년 관련법이 개정돼 사건 당시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 공소시효가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경우엔 피해자가 성인이 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소멸됩니다.

[이도경/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 변호사 : "원 가정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 때 이 사람이 원하는 시기에 사건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나이와 상관없이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되는 것이 옳다."]

친족 성폭력의 공소시효를 아예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영상편집:이소현/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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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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