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가 승리 걸림돌”…협상파 간츠, 전시내각 떠났다
유일한 중도세력 철수에 이스라엘 우경화 가속 우려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라이벌이자 전시내각의 핵심 구성원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사진)가 9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며 전시내각 각료직 사임을 선언했다. 간츠가 이끄는 국가통합당의 이탈이 연정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흐름이 계속될 경우 점차 거세지는 총리 퇴진 여론과 함께 네타냐후 정부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정에서 유일한 중도 세력의 철수가 전쟁을 더 극단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간츠 대표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는 진정한 승리를 가로막고 우리에게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무거운 마음으로 비상 정부를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나라가 분열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며 올가을 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간츠 대표와 같은 국가통합당 소속으로 전시내각에 참여해온 가디 아이젠코트 의원과 칠리 트로퍼 의원도 사직서를 냈다.
네타냐후 총리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간츠 대표는 크네세트(의회)에서 8석을 보유한 중도 성향 국가통합당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네타냐후 총리를 앞서는 등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다.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가 이끄는 제1야당 예시 아티드(24석)와 함께 네타냐후 정권을 견제해왔지만, 전쟁 발발 후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에 따라 전시내각에 합류하고 연정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협상파’인 간츠 대표는 협상 대신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온 네타냐후 총리와 번번이 대립했다. 지난달 18일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후 계획과 인질 송환 계획을 이달 8일까지 내놓지 않을 경우 전시내각에서 나가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 후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제거라는 목표 달성 없이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전후 계획을 제시하지 않자 자신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 전날 사임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군이 가자지구에서 인질 4명을 구출하면서 거취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하루 미뤘다.
집권 리쿠드당이 주도하는 6개 정당 연정은 120석 의회에서 64석을 차지해 국가통합당이 이탈해도 연정은 유지된다. 다만 전쟁 장기화와 인질 석방 난항으로 정권 퇴진 운동이 불붙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반발 기류가 이어진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간츠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콕 집어 “행동하라”고 촉구한 것도 연쇄적인 반발 움직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6인 전시내각에서 의결권은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 간츠 대표 3인만 갖고 있다. 갈란트 장관은 리쿠드당 소속이지만, 휴전 협상 및 전후 구상 문제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대립해왔다. 지난달 15일에는 이스라엘의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반대하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다만 연정 내 유일한 중도파의 이탈이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 노선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미국과의 갈등도 고조될 수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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