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질 구출 과정서 어린이 60여명 사망”
이, 난민촌 등 공세 강화
이스라엘군의 인질 구출 작전 과정에서 사망한 가자지구 주민이 27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번 작전으로 희생된 어린이가 최소 64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전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부 누세라이트 난민촌에서 자국 인질 4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폭격과 시가전 등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274명 중 어린이가 64명, 여성이 57명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작전 과정에서 난민촌 내 사상자가 나온 점을 인정하면서도 희생자 규모가 100명 미만이며, 이 가운데 하마스 전투원이 몇명인지 알 수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폭격 이후 폐허가 된 난민촌 상황과 시신을 둘 곳조차 부족한 현지 병원 소식이 속속 타전되면서 ‘민간인 학살’을 비판하는 국제사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누세라이트 난민촌은 가자지구 모든 민간인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대학살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인들이 인질의 귀환을 축하하는 동안 가자지구 알아크사 병원에선 가족을 잃은 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전쟁 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은 난민촌 공격 이튿날에도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에 폭격을 퍼붓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부레이 난민촌과 데이르 알발라에 공습을 재차 단행했고, 누세라이트와 마가지 난민촌에서도 포격이 이어졌다. 남부 지역에서도 탱크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중심부에 더 깊숙이 침투했고, 산발적인 공습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3단계 휴전안에 대한 표결을 추진하는 등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인질 구출 작전으로 고양된 이스라엘 정부 내 강경파들이 협상 대신 군사 작전에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칼럼니스트인 나훔 바르네아는 현지 언론에 “어제의 작전으로 정부가 협상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환상 속에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대부분의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은 (작전이 아닌) 거래”라고 인정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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