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길 터준 당헌·당규 의결에...우상호 “대권·당권 분리해야”

김태준 기자 2024. 6. 1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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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귀엣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현재의 당헌에 ‘예외 규정’을 두기로 결정했다. 대통령 궐위 같은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사퇴를 미룰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날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12일 당무위, 17일 중앙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 연임을 위한 맞춤형 당헌 개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당헌대로라면 오는 8월 당대표 임기(2년)가 끝나는 이 대표는 연임하더라도 차기 대선을 1년 남겨둔 2026년 3월 전에 사퇴해야 하므로 같은 해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개정안은 당대표 사퇴 시점에 대해 예외를 두자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권까지도 행사할 수 있게 하려는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인을 겨냥한 당헌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우상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 1999-2024′를 출간하며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전통과 어긋난다”는 취지로 당헌 개정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일관되게 대권 후보의 당권 도전에 반대했다. 대선 후보와 당대표를 분리하는 당정 분리는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의 전통”이라고 했다.

우 전 비대위원장은 특히 200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이 패배하자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을 중심으로 전면 쇄신을 요구한 사례를 들며 “이 논의의 주요 방향은 3김 시대의 사당화를 극복하고 정당 민주주의를 정착하자는 것이었다”고 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 당 총재직을 사퇴했고, 대선 후보와 당대표를 분리하는 당정 분리가 정착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 권리당원 투표를 20% 비율로 반영하는 안도 통과시켰다.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도 폐지 수순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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