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공처럼 부풀어" 임신 아냐...자궁서 34kg 종양 자란 女, 무슨 일?

정은지 2024. 6. 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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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제때 치료 받지 못해 5년간 근종 키워...공처럼 동그랗게 부푼 배, 종양만 34kg, 복수 3.5kg 제거한 사연
자궁에서 무려 34kg(77파운드)에 이르는 거대한 종양을 제거한 여성의 변화 동영상이 공개됐다. [사진=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영상 갈무리 / 영국 일간 더선 보도 참고]

자궁에서 무려 34kg(77파운드)에 이르는 거대한 종양을 제거한 여성의 변화 동영상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더선은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게재한 이전의 동영상을 소개하면서 자궁 속 종양을 방치하다 얼마나 크게 자랄 수 있는지 희귀 사례이자 수술로 삶을 바꾼 의학적 기적으로 손꼽았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남부 광둥성 출신의 리칭펑은 2012년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 5년 동안 종양이 자라 허리둘레가 143cm에 이르렀다. 임신한 것 보다 배가 더 볼록 나온 모습을 보였다. 종양은 배에서 둥근 공처럼 튀어나왔고 일어설 때마다 종양으로 가득찬 배가 무릎까지 늘어졌다.

자궁 근종은 자궁의 평활근 세포에서 발생하는 비암성 종양이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지속적으로 커질 수 있다. 이런 호르몬은 근종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크기가 커지는 것이다.

리처럼 자궁 근종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것은 치료비 등 자금 부족으로 적절한 때에 의료 지원을 받지 못했고, 방치하다 엄청난 크기로 자란 것으로 분석된다. 종양이 계속 자라면서 주변 조직을 압박해 증상은 갈수록 악화됐다.

실제로 리는 중국 정부의 장애 수당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자궁근종을 진단받은지 5년만에 자선 단체의 도움으로 2017년 마침내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광저우 의과대학 부속 암 병원의 위장병 전문의인 탕 홍셍 박사팀은 통증 때문에 걷지도, 잠도 잘 수 없었던 리를 치료했다.

홍셍 박사는 "리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일어섰을 때 종양이 무릎까지 내려가 정맥을 압박해 하지가 심하게 부어 있었다"며 "종양이 위와 장까지 압박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0명이 넘는 의료진이 리의 수술을 준비했고 8시간 동안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리의 배에서 나온 종양의 무게만 34kg이었다. 추가로 3.5kg의 복수도 제거됐다. 복수는 혈관 안의 수분이 복강 내로 이동해 배에 물이 차는 것을 말한다. 대개 간경변증, 심부전증, 결핵성 복막염, 신증후군, 악성 종양 등으로 인해서도 생길 수 있다.

의료진은 종양을 제거한 지 4년 후인 2021년에 리를 다시 찾아 검진을 했다. 다행히 새로운 종양은 발견 되지 않았다. 배에서 무거운 종양을 떼낸 리는 건강한 몸과 더 나은 삶을 갖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내용은 당시 리의 수술 장면이 공개되면서 다시 화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가임기 여성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자궁근종...아랫배만 볼록 나온 경우 눈여겨 봐야

리의 경우 극단적으로 자궁근종이 커진 사례이긴 하지만 자궁근종은 여성들에게 흔한 질병이다. 가임기 여성의 25~35%에서 발견되고, 35세 이상에서는 발생 빈도가 40~50%에 이를 만큼 많이 발생한다. 2017년부터 5년간 통계를 살펴봐도 60%나 증가할 만큼 환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자궁에 양성종양이 생기는 자궁근종은 결혼 여부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 기혼여성보다는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을 기회가 적은 미혼여성들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자궁근종으로 아랫배가 볼록 나왔음에도 살찐 것으로 오해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만약 △생리 기간이 아닌데 출혈이 있는 경우 △생리 2~3일째 양이 많거나 생리통이 심해지는 경우△주위 장기를 눌러서 생기는 통증 △복부 팽만감 △아랫배만 볼록하게 나온 경우 △누웠을 때 혹이 만져지는 경우 △골반통 등과 같은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권소정 교수는 "자궁근종 원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초경 시기가 10살 이전이라면 근종 발생률도 높아지고,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호르몬제 또는 건강기능식품 복용은 자궁근종의 발생 위험뿐만 아니라 기존 근종의 크기도 키울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과체중, 비만은 자궁근종을 3배가량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당뇨가 있다면 체질량 지수와 관계없이 발생률이 늘어나는 만큼 평소 건강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궁근종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자궁내막에 가까운 '점막하 근종', 근육층 내에 있는 '근층 내 근종', 자궁의 바깥쪽에 가까우면 '장막 하 근종'으로 구분한다. 이 근종의 위치에 따라서도 치료법은 달라진다. 근종의 위치 뿐 아니라 환자의 나이, 폐경 여부, 증상 유무, 근종의 변화 양상, 출산 계획, 자궁 보존 희망 여부 등에 따라 수술을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자궁근종이 발견됐다고 해서 곧바로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초음파 검사를 하며 추적관찰 한다. 그러나 자궁근종이 빨리 자라거나, 출혈 통증 등 증상이 너무 심할 경우, 향후 임신에 방해되는 경우, 악성종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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