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시추’ 닻 올리는 정부…예산 확보부터 ‘격랑 예고’
컨설팅 신뢰성·사업 경제성 등 논란…야당 설득도 숙제
정부가 동해 심해에 묻혀 있을지도 모를 원유가스 탐사 시추를 위한 예산안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는 탐사 시추 예상 비용인 5000억원 중 일부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자문한 미국 업체 액트지오의 신뢰성, 사업의 경제성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동해 심해를 1회 탐사 시추하기 위한 비용 1000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최소 5회 이상 탐사 시추를 하기로 했다. 탐사 시추 1회당 추정 비용은 1000억원이다.
비용 조달은 해외 자원 개발사업 방식을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1회 시추 비용 1000억원 중 500억원은 정부가 석유공사에 출자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정부가 석유공사에 융자를 해주는 식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일 “(정부의 직접 출자금은 500억원 정도이기에) 내년도 동해 석유가스 시추를 위한 예산안 증액 규모는 수백억원 정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2026년 말까지 5곳 이상을 뚫었는데도 원유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다. 석유공사가 수천억원의 부채를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석유공사에 탐사 시추 비용을 특별융자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해외 자원 개발사업자금 융자기준 개정고시’에 따르면, 특별융자로 대출해주면 원유 탐사사업이 상업적 생산에 이르지 못하고 끝나도 정부는 석유공사에 원리금을 면제해줄 수 있다. 이 경우 2027년에 들어설 차기 정부가 부채를 떠맡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가 1회 탐사 시추 비용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더라도 야당의 반대는 넘어야 할 산이다. 원내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동해 심해에 원유 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업체 액트지오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액트지오가 2019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4년간 세금을 못 내 법인 자격이 박탈된 적이 있는 데다, 본사를 가정집에 둔 ‘1인 재택기업’이라고 사실상 인정하면서다. 석유공사와 함께 2007년부터 15년간 동해 심해 석유 탐사를 벌였던 호주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가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월 한국에서 철수한 것도 논란거리다.
원유 시추사업의 경제성이 있는지도 쟁점이다. 원유가 발견되더라도 비용이 더 들면 상업적 개발 단계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탐사 시추 비용이 정부 추산액인 50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1조2000억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SBS 라디오에서 “석유공사에 질의해보니 시추공 하나당 1200억원(8800만달러)이 들고, (시추도) 일반적으로는 10개 정도 하기에 1조2000억원짜리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해외 메이저 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 비용 일부를 조달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한국의 유전 탐사 프로젝트에 흥분하지 말라”며 “지금 단계에서는 희망과 꿈일 뿐이다. 한국과 같은 미개발 지역에서는 성공률이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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