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유럽의회 선거 참패에 마크롱 ‘의회 해산’…‘우파’ 약진 배경은?

[앵커]

앞으로 5년간 유럽연합의 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유럽의회 선거에서 강경 우파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집권당의 참패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 해산을 전격 발표하기도 했는데, 파리 연결합니다.

안다영 특파원, 이번 선거 결과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에서 지난 6일부터 나흘 동안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졌는데요.

중도파 정당들이 지금처럼 3당까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다만 의석 비중은 다소 줄었고, 그 자리를 강경우파 세력이 차지할 걸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강경우파 정치그룹 두 곳 모두 의석이 늘어 총합이 10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중도좌파 성향의 제2당을 위협하는 수준입니다.

독자적인 강경우파 '독일대안당'도 집권당을 밀어내고, 처음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유럽 정치의 우향우에는 특히 프랑스 강경우파 '국민연합'의 약진 영향이 컸습니다.

국민연합은 프랑스 유럽의회 선거에서 단일 정당으로는 역대 최고인 득표율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인 르네상스당과 격차를 두 배나 벌린 압승입니다.

[앵커]

선거 참패에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을 전격 발표했는데, 어떤 셈법이 작용했을까요?

[기자]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1시간 만에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의회를 해산하고, 이달 말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는 극약 처방을 내놨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말 먼저 들어보시죠.

[에마뉴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현지 시각 9일 : "우리 의회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표결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밤 의회를 해산합니다."]

프랑스 대통령의 의회 해산권 발동은 1997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이후 27년 만으로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번 결정은 중도와 좌파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연합 세력을 구축해 레임덕을 최소화하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정을 위험한 도박에 빗대고 있어 이번 선거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의회 선거가 각국의 국내 정치에도 파장을 불러올 만큼 중요한 선거인 것 같은데요.

이번 선거에서 유럽 민심이 강경우파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뭡니까?

[기자]

유럽의회가 통과시키는 법안들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정책 방향을 정하게 되는데요.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은 이민 문제와 기후변화 정책이었습니다.

최근 몇년 간 고물가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 등으로 이민자까지 급증하자 유럽연합 국민들의 불만이 커졌는데요.

강경우파 세력이 전면에 내건 반이민 정책이 민심에 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현 유럽의회가 추진한 기후변화 정책 일환으로 친환경 규제가 심화되자 유럽 전역의 농심도 들끓었습니다.

강경우파 세력은 지속가능한 발전보다 당장 유럽에 유리한 정책으로 민심을 파고들었는데, 이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회에서 강경우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 현안들에 대한 정책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서삼현/그래픽:박미주/자료조사:백민정 문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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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