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홈런 치고 “아이 러브 사커”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는 지난 9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무릎을 꿇고 슬라이딩을 하며 축구의 골 세리머니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했다. 경기 장소가 ‘축구 종가’ 영국의 런던 스타디움이었기에 가능했다.
2019년 열린 ‘런던 시리즈’는 MLB가 야구 불모지로 불리는 유럽에서 개최한 최초의 정규 시즌 경기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잠시 중단됐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열렸다. 미국이 유럽에 야구라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초석이기도 하다.
런던 스타디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다. 런던 시리즈가 열릴 때면 육상 트랙에 더그아웃과 불펜이 만들어지고 그라운드에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가 설치되는 등 야구장으로 개조된다. 관중석도 야구 관람에 최적화된 형태로 재배치된다.
야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홈런 세리머니’도 나왔다. 브라이스 하퍼는 지난 9일 메츠와의 런던 시리즈 1차전에서 팀이 0-1로 지고 있던 4회초 1사 때 상대 선발 션 마네아의 시속 125.5㎞ 스위퍼를 오른쪽 담장으로 넘겨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 하퍼는 베이스를 한 바퀴 돈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무릎을 꿇고 슬라이딩을 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는 더그아웃에서 “아이 러브 사커(I love soccer)”라고 소리쳤다.
런던 시리즈를 보기 위해 미국에서 지구 반 바퀴를 날아온 열성 팬들도 있었다. 항공기 조종사인 필라델피아 팬 루 하우크는 미국 ‘디애슬래틱’ 인터뷰에서 “야구가 영국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다는 걸 알지만 계속해서 성장하길 바란다. 나 역시 대부분의 미국인처럼 축구를 좋아하지 않지만 2022년 월드컵을 보며 축구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프레스턴과 레이크 디스트릭트 출신의 데이브 카트멜과 톰 하비는 “브라이스 하퍼는 필라델피아의 리오넬 메시이자 데이비드 베컴이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며 MLB의 스타 타자를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에 빗대어 극찬했다.
2024 런던 시리즈는 1차전 필라델피아의 7-2 승리, 2차전 메츠의 6-5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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