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수위 낮춘 김여정, 융통성 대응 강조하는 군...남북, 아슬아슬한 소강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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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대북 확성기가 재가동되고, 북한의 4차 오물 풍선이 심야에 살포되는 등 주말 사이 펼쳐진 남북 간 핑퐁게임이 10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날 대북 방송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고, 북한의 4차 오물 풍선 살포 이후 이날 방송을 재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략적 상황에 따른 융통성 있게 시행한 작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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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담화도 수위 평소와 달라
전원회의·푸틴 방북 앞둔 北, 장기화 부담
6년 만에 대북 확성기가 재가동되고, 북한의 4차 오물 풍선이 심야에 살포되는 등 주말 사이 펼쳐진 남북 간 핑퐁게임이 10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전날 북한의 담화문은 평소와 다르게 정제된 표현을 사용했고, 우리 군도 "융통성 있는 (대응) 작전"을 강조하며 이날은 대북 방송을 중단했다.
4차 오물 풍선에도 하루 만에 멈춘 대북 확성기… "융통성 있는 작전"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날 대북 방송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고, 북한의 4차 오물 풍선 살포 이후 이날 방송을 재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략적 상황에 따른 융통성 있게 시행한 작전"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비의 가용 시간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시간대에 작전을 하고 있다"며 "필요한 때에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딱 필요한 만큼만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실장은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낸 담화에 대해 "기존의 수사적 위협과 수준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군이 북한의 태도 변화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북한이 평소보다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 긴장감의 수위를 조절했고, 이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우리 군도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지 않는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개수·내용 수위 낮춘 오물 풍선… 김여정 담화도 '순한 맛'
김 부부장은 9일 밤 담화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매우 위험한 상황의 전주곡"이라며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오물 풍선과 대북방송 공방의 책임을 남한 측에 돌리는 논리는 여전했지만, 김 부부장 특유의 비아냥은 담기지 않았다. "한국 것들의 눈깔" "졸렬하고 철면피한 족속" "시궁창에서 돋아난 잡사상" 등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쏟아낸 가시 돋힌 표현들도 자취를 감췄다.
말뿐 아니라 오물 풍선 공격의 수위도 낮아졌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1차 때 260여 개, 1일 2차 때 720여 개, 8일 3차 때 330여 개, 9일 4차 310여 개의 오물 풍선을 띄웠다. 2차 이후론 거름 등 오물과 삐라는 줄어들고, 폐지와 비닐 같은 쓰레기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풍선의 개수도, 내용물도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北, 전원회의·푸틴 방북 앞두고 심리전 장기화 부담인 듯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물 풍선 심리전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북한은 이달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고, 이날 러시아 매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 평양을 방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내외적 중요 일정을 앞두고 남북 심리전이 장기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차 살포부터 오물을 담지 않은 것은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북한이 오물 살포로 국격이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북한도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했다. 합참은 "북한이 전방지역에 대남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식별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설치한 것은 2020년 6월 철거 이후 4년 만이다. 북한은 대북 방송을 군인이나 민간인들이 듣지 못하게 할 용도로 대남방송 확성기를 사용해왔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다만 당 전원회의 전후로 군사행동을 벌이며 대내 결속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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