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구축 위한 공동지침 마련…북한 반발 예상
한·미 재래식 및 핵 전력 통합
정치적 메시지 조율…위기 감소 방안
북, 제2차 회의 이후 화성-18형 발사 반발
한·미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함께 기획·운용하기 위한 ‘공동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에는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 전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한·미는 ‘일체형 확장억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뼈대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다만 결국 핵전력의 한반도 투입 여부는 미국에 달렸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반면 북한의 반발을 일으켜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는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제3차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마친 뒤 공동언론성명을 통해 “신뢰 가능하고 효과적인 동맹의 핵 억제 정책 및 태세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동맹의 원칙과 절차를 제공하는 ‘공동지침 문서’ 검토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이 지침이 일체형 확장억제 협력을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명은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비핀 나랑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대행이 공동으로 발표했다. 공동지침을 양국 국방장관이나 대통령이 서명하는 절차는 남아 있다.
한·미는 지침의 구체적인 내용은 군사기밀임을 들어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미 핵 및 재래식 통합, 핵 관련 보안 및 정보공유 절차, 위기 및 유사시 핵 협의 및 소통 절차, 핵 및 전략 기획, 전략적 메시지, 연습·훈련·투자 활동, 위협 감소 조치 등의 논의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각 사항과 관련한 세부 내용이 지침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해 12월 제2차 NCG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침을 두고 “북한의 핵 위협을 어떻게 억제하고 또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지침”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함께 핵을 기획하고 핵작전을 집행하기 위한 실행 방안과 의사소통 체계 등이 총망라돼 있다는 뜻이다.
핵 및 재래식 통합은 유사시 미국의 핵전력이 한반도에 전개됐을 때 한국의 재래식 무기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작전을 시행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양국은 이를 반영한 연합연습·훈련을 진행할 방침이다. 조창래 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정부 시뮬레이션(TTS)과 양국 국방·군사당국의 도상훈련(TTX) 등 다양한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올해 8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이전에 군사분야 고위급이 참여하는 TTX를 진행할 계획이다.
공동지침에는 핵 위기 고조 과정에서 위기를 관리하고 위험을 감소시키는 방안, 한·미 간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메시지를 조율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핵 전략 관련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내용도 지침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나랑 차관보대행은 기자회견에서 “핵 교육을 위한 심화학습 코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공동지침을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올해 말 미국에서 제4차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미 핵협의그룹은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선언’에 따라 개설됐다. 그러나 핵무기의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미국에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핵기획그룹(NPG)도 결국 핵 사용의 최종 결정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라며 “한·미 핵그룹협의는 NPG보다 낮은 단계 수준”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한·미의 공동지침 마련 발표에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제2차 NCG 회의가 개최되고 얼마 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발사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등은 ‘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해왔다. 정부가 지난 4일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하고 남북이 대북전단과 대북풍선으로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핵 기획과 운용을 둘러싼 한·미 밀착 행보가 북한 무력시위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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