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액트지오 신뢰 빨간불, ‘동해 광구’ 의혹 규명 후 시추 예산짜라

2024. 6. 1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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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열고 ‘우드사이드’ 철수 논란, ‘액트지오’ 분석 의뢰 배경 등에 관해 설명하고있다. 연합뉴스

‘동해 심해에 대규모 석유가스전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의 분석과 신뢰성에 잇따라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석유가스 탐사 시추를 위한 예산안 검토에 착수했다. 풀어야 할 숙제가 잔뜩 있는데 절대 서두를 일이 아니다. 지금껏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국회가 관련 예산을 심의해도 늦지 않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한국석유공사가 지난해 7월 액트지오의 데이터 분석 결과에 대해 자문한 해외 전문가 중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의 데이비드 모릭 교수는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과 2003년 연구논문의 공동저자였다. 액트지오 대표의 지인과 검증 계약을 한 것이고, 자문단 선정 기준과 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앞서 액트지오가 지난해 2월 석유공사와 컨설팅 계약 시 세금 체납으로 법인 자격이 박탈된 상태였는데도 정부는 이를 몰랐던 걸로 드러났다. 계약 체결상에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하나, 글로벌 기업을 놔두고 왜 법인 자격도 시비된 소규모 업체에 대형 국책사업 컨설팅을 맡겨야 했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액트지오를 둘러싼 의문이 양파 까지듯 꼬리를 물고 있다. 무엇보다 최대 140억배럴의 매장량을 추정한 액트지오 분석 결과는 2007년부터 15년간 석유공사와 동해 지역 심해를 탐사한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지난해 1월 철수한 뒤 나온 것이다. 장래성이 없다고 사업을 정리한 글로벌 기업 판단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그렇기에 액트지오 한 업체에만 자문한 것도 그렇고, 그 판단 근거도 신중하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다. 정부 대응과 현실은 정반대다. ‘20%의 성공 가능성’에 도취된 듯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하고, 이 사업을 속단하고 밀어붙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탐사 시추 예상 비용으로 잡은 5000억원 중 일부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액트지오가 제시한 7개 유망구조를 토대로 효율적 투자 유치와 개발을 위해 동해 광구를 재설정하기로 했다. 해외 유수의 신용평가기관이나 금융도 동해 광구의 매장 여부 판단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김칫국부터 마시는 셈이다.

수천억원 예산을 새로 투입할 일을 의혹 쌓인 컨설팅업체 말만 믿고 추진할 일인가. 액트지오가 내놓은 분석 결과를 교차 검증하고 제기된 의혹을 해소한 뒤 예산안을 마련하는 게 순서다. 예산 편성과 증액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는 정부의 예산 편성 방식, 액트지오 신뢰성, 시추 사업의 타당성 등을 철저히 검증하고 시추 예산을 확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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