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김건희 명품백 "제재 규정없어 종결"..."권력의 시녀 전락"
민주당 "전 국민이 다 봤는데 문제없다니…특검으로 갈 수밖에"
참여연대 "공직윤리 주무기관 자격 잃어, 권익위원장 사퇴하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조사결과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며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은채 종결했다고 밝혀 파문이다. 국민권익위마저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특검으로 가야 시비를 가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겸 사무처장은 10일 오후 5시30분 국민권익위 브리핑룸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 조사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 배우자가 청탁금지법상 수수 금지 물품을 수수하였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래 6개월 가까이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국민권익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열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종결을 의결했다.
정 부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의 법위반 여부와 관련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하여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명품백 제공자인 최재영 목사 행위의 직무관련성 여부와 관련해 정 부위원장은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에 대하여는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하여 논의한 결과 종결 결정하였다”며 “이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에 따른 종결 사유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렇게만 간략히 언급하고 브리핑을 끝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14조(종결처리 등)의 제1항의 각호에 해당하면 수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신고를 종결할 수 있다. 이 조항의 종결 대상은 △신고 내용이 명백히 거짓인 경우 △신고자가 보완요구를 받고도 보완 기한 내에 보완하지 아니한 경우 △신고에 대한 처리결과를 통보받은 사항을 새로운 증거없이 다시 신고한 경우 △신고 내용이 언론매체 등을 통하여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조사등 중에 있거나 이미 끝난 경우△그 밖에 법 위반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 등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어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민주당은 국민권익위가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6시25분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며 “대통령의 대학동기 위원장과 검찰 출신 부위원장이 있는 권익위가 대통령과 영부인의 해외순방 출국길에 꽃길을 깔아주었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영부인이 사적 공간에서 수백만원 대 명품백을 버젓이 받는 장면을 전국민이 봤는데 권익위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이제부터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에게 뇌물을 줘도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권익위가 인정했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빠져나가기 일타 강사를 자처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권익위는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였고, 윤석열 정부에 최소한의 자정조차 기대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며 “공직자 청렴의 보루인 권익위마저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고 성토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국민권익위의 조사 결과는 결국 특검으로 가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히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켜 명품백 수수 사건은 물론이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서울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등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국민 앞에 밝혀내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도 부패방지 주무기관으로서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대통령 부부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신고사건 접수 이후 2차례에 걸쳐 처리기간을 연장하고, 6개월 가량 시간을 끌더니 '제재 규정이 없어 종결'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인 윤석열 대통령의 신고의무에 대해서는 권익위가 어떻게 판단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권익위의 브리핑 결과는 '공직자(배우자 포함)는 어떠한 명목으로든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는 국민의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한 결정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참여연대는 자신들의 신고서에는 김 여사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도 청탁금지법 규율대상에 포함돼 있다면서 “그러나 국민권익위는 공직자인 대통령의 청탁금지법상 위반 여부는 사실상 판단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의 핵심 쟁점은 △공직자인 윤 대통령이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았음에도 서면으로 신고했는지 △해당 금품을 반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법하게 처리했는지에 있다.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이 청탁금지법에 따르지 않았다면, 처벌이 가능(청탁금지법 제22조 제1항 제2호)함에도 배우자의 제재 조항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법 위반 여부는 덮어버렸다”며 “현직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소추는 어렵더라도, 수사나 조사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면서 이처럼 상식에 반하는 결정을 한 책임을 지고 유철환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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