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마크롱 '조기총선 도박' 극우 르펜 막아 낼까(종합)

송진원 2024. 6. 1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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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와 佛총선 제도 달라…르펜 극우정당 상승세 봉쇄 정면 돌파
27년만의 의회해산…총선서 RN 다수당 되면 마크롱 치명타
의회 해산 발표하는 마크롱 대통령 (파리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정당에 참패할 것으로 알려지자 TV 연설을 통해 전격 의회 해산을 발표하고 있다. 2024.06.09.

(서울·파리=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송진원 특파원 =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국민연합(RN)에 참패, 정치생명에 최대 위기에 맞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강도높은 승부수를 던졌다.

프랑스에서 의회해산은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인 1997년 이후 27년 만으로 상당히 드문 일이다.

이번 결정은 선거 결과로 확인된 극우 세력의 확산세를 저지하고, 절반도 넘게 남은 임기 내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회를 재구성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예상을 뒤엎고 총선마저 극우 세력이 승리한다면 그가 안아야 할 정치적 위험도 만만치 않다.

이번 의회 해산을 두고 '고위험 도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파리 AP=연합뉴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와 조르당 바르델라 당 대표가 유럽의회 선거 뒤 선거 캠프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4.06.10.

"이단아 마크롱의 도박"…르펜 저지용 총선

폴리티코 유럽판은 10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이단아 프랑스 대통령의 도박"으로 표현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도 마크롱 대통령이 "굴욕적인 패배에 맞서 모든 것을 건 도박을 감행했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1.5%의 득표율로 자신이 속한 르네상스당(14.6%)을 크게 앞지른 국민연합(RN)의 파죽지세를 막으려면 비상수단 밖에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RN은 마크롱 대통령과 앞서 두 차례 대선에서 맞붙은 마린 르펜이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 도박이 충격요법을 통해 르펜의 급부상에 제동을 걸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유럽의회 선거는 르펜이 압승했지만 총선에선 이러한 완승은 재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셈법이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RN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당 패배 시 의회를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국내 정치와 선을 그었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해산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유권자가 그들의 집단적 선택이 초래한 결과에 위기를 느끼고 그 반작용으로 조기 총선에선 투표 성향을 수정할 것으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의회 해산을 발표하면서 "민족주의자와 선동가들의 부상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에 대한 위협"이라며 "스스로와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프랑스 국민의 능력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조기 총선 결정엔 자신이 직접 선거 운동 전면에 나서 국민을 설득하면 빼앗긴 지지율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조만간 국민에게 향후 집권 정당이 추진할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더 이상 르펜의 급부상을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럽의회와 프랑스 총선은 선거 제도가 다른 데다 동원할 수 있는 유권자층도 차이가 있는 만큼 프랑스 총선에서 르펜의 RN이 다수당이 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크다.

프랑스 총선은 유럽의회 선거와 달리 1차 선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생각에 정통한 소식통들도 아직 극우 정당의 의석수가 전체의 40%에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르펜이 입법부를 장악하지는 못할 것이란 게 마크롱 대통령 측의 판단이라고 소개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와 가브리엘 아탈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총선서도 밀리면 치명상…총리 자리 내줄 수도

마크롱 대통령의 셈법대로 총선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RN이 예상보다 총선에서 더 약진하면 마크롱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짚었다.

피가로 역시 그가 조기 총선을 통해 의회 다수당 지위를 되찾길 꿈꾸지만 그렇게 되리란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RN에 표심이 몰린 배경인 이민자 문제나 경제 불안 요소가 당장 3주 만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피가로는 유권자 사이에 반(反)마크롱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그가 직접 선거 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도 관측했다.

블룸버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조기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대통령의 지위를 위협받지는 않겠지만 르펜의 상승세를 저지하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많은 제약을 감수해야 하는 궁색한 형편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정치적 성향이 다른 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르펜은 조기 총선에서 승리하면 사상 최초로 권력 장악의 발판을 다질 수 있으며 차기 총리 임명 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르펜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를 승리로 이끈 조르당 바르델라(28) 당 대표를 총리로 앉히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르펜은 전날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를 신뢰한다면 우리는 권력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바르델라 당 대표는 현 가브리엘 아탈(35) 총리와 같은 젊은 피로 미래에 그와 경쟁할 정치적 맞수로 평가된다.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의회 권력이 극우 세력에 넘어갈 경우 국정 운영에 사사건건 제동이 걸릴 것도 자명하다.

해산된 의회 내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은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긴 했으나 절대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정책 결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피가로는 "파리 올림픽 한 달 반 전, 마크롱 대통령은 RN의 역사적 승리가 촉발한 정치적 위기에 더해 뜻밖에 국회를 해산함으로써 제도적 위기를 추가했다"고 꼬집었다.

27년전 시라크 대통령은 유로화 가입에 대해 지지를 확보하려고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지만 과반 의석을 잃고 정적인 사회당 대표를 총리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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