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극우는 왜 약진하는가
중도 성향의 유럽 주류 정당들은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지는 5년마다 위기감에 시달렸다. 극우의 부상을 막기 위해 연합을 결성해서 제1·2당 지위를 지켜내면, “그래도 유럽의 중도층은 건재하다”며 애써 자위했다. 그러나 그 방파제는 계속 침식돼왔고, 9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유럽은 혼돈에 휩싸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여당인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이 극우 국민연합(RN)에 완패하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프랑스 의회 해산은 1997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때 이후 처음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비롯해 유럽을 이끌어온 다른 주류 정치세력들도 모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앞으로 유럽에서는 기후 정책이 후퇴하고, 이민자 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것이다. 극우 정치인들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RN의 마리 르펜 대표는 대권에 한발 더 다가선 명실상부한 주류 정치인이 됐다. 파시스트당 후계 정당 중 하나인 이탈리아형제들(Fdl) 소속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연임을 노리고 있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구애 대상이 됐다.
유럽 극우 약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고물가, 경제난, 이민자 등이 꼽힌다. 그러나 지표가 모든 걸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경제는 지금보다 더 나빴고, 2014년 시리아 내전 때 난민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컸다. 결국 오랫동안 누적돼온 주류 정당의 실패로 볼 대목이 많다. 유럽 금융위기를 야기한 경제 엘리트들은 그 후에도 계속 부를 축적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됐다. 박탈감이 커지면서 극우 정당이 꿈틀대자 정부는 사회안전망 강화보다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반이민 등 극우 정책 일부를 베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류 정당이 극우 노선을 ‘정상 범주화’하는 결과만 낳았고, ‘모방자’보다 ‘원조’ 정당에 표를 던진 우파 유권자가 늘어난 셈이다.
두 개의 전쟁으로 세계는 더 큰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에서도 중도 성향 민주당이 극우 색깔이 더해진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과 힘겨운 싸움 중이다. 우리가 알던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정치질서가 대전환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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