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퍼진 입소문, 열 톱스타 안 부럽네
범죄도시4, 혹성탈출, 매드맥스, 설계자와 경쟁서 선전
“차세대 여성 감독 장르물이 거둔 의미있는 성과”
신혜선·변요한 주연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가 관객 110만명을 동원하며 침체된 극장가에서 선방하고 있다. <범죄도시 4>,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등 탄탄한 팬덤과 자본으로 무장한 ‘고래’급 영화들 사이에서 새우가 빛을 본 형국이다.
10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그녀가 죽었다>는 전날까지 누적 관객수 113만4094명을 기록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개봉 22일차인 지난 5일에는 관객 100만명을 모았다. 올들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6번째다.
<그녀가 죽었다>는 고객의 집에 몰래 들어가 훔쳐보는 게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 중이던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한 뒤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미스터리 스릴러다. 진범을 찾는 과정에서의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관음증, 관종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의 어둠을 날카롭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지난달 15일 개봉했다. <범죄도시 4>(4월24일 개봉)의 스크린 독점이 한창이라 다른 한국 영화들은 개봉을 피하던 때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5월8일),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5월22일) 등 탄탄한 팬덤을 지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말에는 톱스타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도 개봉했다. 덩치만 보면 상대가 안 되는 게임처럼 보였다. 일일 관객수는 개봉 첫 날 10만6000여명에서 일주일 만에 2만명 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3만~6만명대의 관객이 꾸준히 들었다. 현충일이 낀 6월 첫째주에는 최고 21%의 좌석점유율(전체 좌석 수 대비 관객 수 비율)을 기록하며 뒷심을 발휘했다. 대규모 자본, 티켓 파워를 지닌 스타 배우가 없다는 약점을 ‘잘 만든 스릴러 영화’라는 입소문으로 돌파했다. <범죄도시 4>를 피해 개봉한 <설계자>가 관객 50만명(9일 기준)을 모으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배급을 맡은 콘텐츠지오의 이원재 이사는 “상반기 개봉을 염두해두고 있던 중 지난해 <범죄도시 3>가 개봉 4주차부터 흥행세가 뚜렷하게 꺾인 통계를 확인했다”며 “할리우드 대작이 포진한 가운데서도 한국 영화를 찾는 관객은 분명 있다는 믿음으로 <범죄도시 4> 외 경쟁 상대가 없는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인 여성 감독의 작품이 의미있는 성적을 거뒀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세휘 감독은 1989년생이다. <치외법권>, <인천상륙작전> 등의 스크립터로 활동하다 이번 영화로 데뷔했다. 지난 1월 개봉해 관객 170만명을 동원, 드물게 손익분기점을 넘긴 <시민 덕희>(박영주 감독),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김희진 감독)에 이어 차세대 여성 감독이 만든 장르 영화의 약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녀가 죽었다>의 다음 목표는 손익분기점(약 150만명)이다. 이원재 이사는 “<인사이드 아웃 2>이 곧 개봉하지만 꾸준하게 장기 상영해 목표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허리 역할을 하는 한국 영화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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