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퍼진 입소문, 열 톱스타 안 부럽네

최민지 기자 2024. 6. 10. 19: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혜선·변요한 ‘그녀가 죽었다’ 대작 틈새서 조용한 흥행
범죄도시4, 혹성탈출, 매드맥스, 설계자와 경쟁서 선전
“차세대 여성 감독 장르물이 거둔 의미있는 성과”
지난달 15일 개봉한 미스터리 스릴러 <그녀가 죽었다>가 8일 누적 관객수 110만명을 돌파했다. 콘텐츠지오·아티스트스튜디오·무빙픽쳐스컴퍼니 제공

신혜선·변요한 주연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가 관객 110만명을 동원하며 침체된 극장가에서 선방하고 있다. <범죄도시 4>,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등 탄탄한 팬덤과 자본으로 무장한 ‘고래’급 영화들 사이에서 새우가 빛을 본 형국이다.

10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그녀가 죽었다>는 전날까지 누적 관객수 113만4094명을 기록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개봉 22일차인 지난 5일에는 관객 100만명을 모았다. 올들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6번째다.

<그녀가 죽었다>는 고객의 집에 몰래 들어가 훔쳐보는 게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 중이던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한 뒤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미스터리 스릴러다. 진범을 찾는 과정에서의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관음증, 관종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의 어둠을 날카롭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지난달 15일 개봉했다. <범죄도시 4>(4월24일 개봉)의 스크린 독점이 한창이라 다른 한국 영화들은 개봉을 피하던 때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5월8일),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5월22일) 등 탄탄한 팬덤을 지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말에는 톱스타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도 개봉했다. 덩치만 보면 상대가 안 되는 게임처럼 보였다. 일일 관객수는 개봉 첫 날 10만6000여명에서 일주일 만에 2만명 대로 떨어졌다.

신혜선은 <그녀가 죽었다>를 통해 첫 악역에 도전했다. 콘텐츠지오·아티스트스튜디오·무빙픽쳐스컴퍼니 제공

그러나 이후 3만~6만명대의 관객이 꾸준히 들었다. 현충일이 낀 6월 첫째주에는 최고 21%의 좌석점유율(전체 좌석 수 대비 관객 수 비율)을 기록하며 뒷심을 발휘했다. 대규모 자본, 티켓 파워를 지닌 스타 배우가 없다는 약점을 ‘잘 만든 스릴러 영화’라는 입소문으로 돌파했다. <범죄도시 4>를 피해 개봉한 <설계자>가 관객 50만명(9일 기준)을 모으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배급을 맡은 콘텐츠지오의 이원재 이사는 “상반기 개봉을 염두해두고 있던 중 지난해 <범죄도시 3>가 개봉 4주차부터 흥행세가 뚜렷하게 꺾인 통계를 확인했다”며 “할리우드 대작이 포진한 가운데서도 한국 영화를 찾는 관객은 분명 있다는 믿음으로 <범죄도시 4> 외 경쟁 상대가 없는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인 여성 감독의 작품이 의미있는 성적을 거뒀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세휘 감독은 1989년생이다. <치외법권>, <인천상륙작전> 등의 스크립터로 활동하다 이번 영화로 데뷔했다. 지난 1월 개봉해 관객 170만명을 동원, 드물게 손익분기점을 넘긴 <시민 덕희>(박영주 감독),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김희진 감독)에 이어 차세대 여성 감독이 만든 장르 영화의 약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녀가 죽었다>의 다음 목표는 손익분기점(약 150만명)이다. 이원재 이사는 “<인사이드 아웃 2>이 곧 개봉하지만 꾸준하게 장기 상영해 목표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허리 역할을 하는 한국 영화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