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내 `AI변호사` 변협 벽 못 넘나

경쟁력 위해 AI 도입 불가피
현실 반영 못한 제도 지체 탓
언제까지 AI파고 막긴 힘들어

'로톡 사태'로 오랜 기간 몸살을 앓은 법률서비스시장이 인공지능(AI)발 태풍에 또다시 휩싸였다. 'AI변호사'를 두고 리걸테크 업계와 대한변호사협회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 변협은 AI 법률상담 서비스를 내놓은 법무법인과 스타트업을 형사고발하고 징계해 AI의 변호사 시장 진입 자체를 막겠다는 태세다.

변협은 최근 'AI대륙아주' 서비스를 운영 중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소속 변호사 7명에 대한 징계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10일 조사위원회를 열고 이들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과 광고 규정 위반, 품위유지 의무 위반 안건을 회부해 징계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다음 달로 결정을 미뤘다.

변협은 결정을 한달 미룬 데 대해 "추가 경위서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관련 안건은 다음 달 열리는 변협 조사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AI업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관심이 쏠린 만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해당 안건이 조사위에서 의결되는 경우 변협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 징계위원회에 회부, 본격적인 조사를 통해 징계 여부와 수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변협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내놓은 법률 AI챗봇 'AI대륙아주' 서비스가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는 변호사법 34조5항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AI가 변호사 업무를 하며 수익을 얻는 것 자체에 법 위반 소지가 있고, 답변 하단에 붙는 광고가 수임으로 이어질 경우 '무료 법률 상담'을 금지한 변호사 광고 규정을 위반한다는 주장이다. 데이터 구축 등 개발 과정에서 고객 소송 정보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설익은 AI 법률상담이 법률 서비스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 오픈한 'AI대륙아주'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축적한 법률 데이터를 리걸테크 기업 넥서스AI가 네이버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개발한 서비스다. 국내 최초로 법무법인이 제공하는 AI 법률 Q&A 서비스로, 24시간 무료로 서비스된다. 검증된 법률 사례 데이터 기반으로 파라미터 효율적 미세조정(PEF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검색증강생성(RAG) 등을 활용해 답변 완성도·정확도를 높였다.

변협의 주장에 대해 대륙아주 측은 기초적 법률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인 만큼 법에서 규정하는 법률사무에 해당하지 않고, 자사 수익과 관계없는 네이버 광고를 노출하는 것이며, 고객 소송정보나 문의내용 등은 학습에 쓰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향후 변협이 조사를 거쳐 징계를 결정하고 대륙아주가 이를 징계를 거부하게 된다면 최종 판단은 '로톡' 때처럼 법무부 징계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협과 대륙아주 간 갈등도 신기술과 제도 간 시차에서 벌어진 일로 본다. 8년 이상 이어진 로톡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과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법학 교수)은 "이런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규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팽동현기자 dhp@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