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불확실성 오히려 커졌다"…당국 NFT 가이드라인 두고 ‘잡음’
금융위원회가 10일 대체불가능토큰(NFT) 가상자산성을 판단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오는 7월16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이 법의 적용을 받게되는 '가상자산'의 성격을 명확히 하기 위한 잣대를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나오자 업계가 우왕좌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른 판단 자체를 업계에 맡기고 있는데다가, 구체적인 판단 사례 역시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규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융위는 이날 증권성과 가상자산성 여부 판단을 골자로 한 NFT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가상자산 등 NFT의 법적 성격을 검토하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NFT의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실질적인 성격이 가상자산에 가까울 경우 가상자산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위는 대량 또는 대규모 시리즈로 발행하거나, 분할 가능한 NFT는 가상자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고유성이 없는 NFT는 가상자산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또 NFT가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직·간접적인 지급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나 불특정인간 가상자산으로 교환이 가능한 경우에도 가상자산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 지갑업체, 보관업체 등 사업자가 현재 유통·취급 중인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되고, 사업의 내용이 매매, 교환, 이전, 보관·관리 및 매매·교환의 중개·알선 등을 영업으로 하는 경우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로서 신고 대상이 된다. 미신고시 형사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를 대량 또는 대규모 시리즈로 판단할지 기준은 모호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특정 수량 등 기준이 공개될 경우 이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며 다른 요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단 입장이다.
가상자산성이 없었지만 향후 발행량이 증가하거나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에도 개별 사업자가 스스로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불특정인 간 가상자산 교환이 가능한 NFT를 가상자산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결국 NFT를 발행하거나 유통하는 사업자들은 개별 사안별로 금융위에 NFT의 가상자산 해당 여부 등을 판단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국은 이에 대해서도 "NFT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먼저 일일이 들여다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업자 스스로 판단하되 모호할 경우 당국에 유권해석을 요청해달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모호한 규제가 오히려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주임교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전 '어떤 성격의 NFT를 가상자산과 동일하게 판단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NFT의 무궁무진한 사용례를 당국 자체 판단으로 커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특히 "중앙화 거래소가 아닌 웹3.0에서 움직이는 프로젝트의 경우, 발행 사업자가 그러한(가상자산성 관련) 목적이나 의지가 없더라도 향후 이용자가 임의로 가상자산과 유사한 가치로 기능하게끔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자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 "NFT의 경우 당국에서 정의한 영역에서보다 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임에도 네거티브 규제 때문에 여러 가치나 성장잠재력을 가진 프로젝트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즉시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인데 명확한 판단 기준이 되지 않으면 업계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는 "NFT 비즈니스 사업자 측면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이도 저도 쉽게 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모호한 데다가 NFT 사업을 위해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센스를 취득 하는 것 역시 VASP 인증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달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추후 책임 면피용으로 NFT 가이드라인을 내놨다는 해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제시한 기준은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닌 유권해석 차원인데, 사실상 업계의 자율성에 맡기고 방치해두는 느낌"이라면서 "나중에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이드라인을 내세워 업계에 책임을 돌리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판단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개별 사안별로 당국이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힌 만큼 평가 객관성이 확보돼야 하지만 판단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계획 역시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요섭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가상자산과 신설 이후에 판단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것"이라며 "판단위를 대외적으로 (운영)할 것은 아니며, 유권해석 신청 사례가 들어온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구성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별로 NFT의 가상자산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증권성 또는 가상자산성 판단에 대해 사업자가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당장 가이드라인은 이날부터 적용되지만 여전히 판단위원회는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판단위의 해석이 투명하게 이뤄질지에 대한 업계의 불신이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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