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안 가리고 찾아오는 고혈압, 연령대별 특징과 주의사항은?

안세진 2024. 6. 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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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만성질환 중 하나인 고혈압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 고혈압으로 진료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 인구 대비 고혈압 환자 수는 80대가 41.2%로 가장 많았으며 이후 70대, 60대, 50대 순으로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20~40대 젊은 층에서의 고혈압 환자 비율도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5년 전인 2019년에 비해 20대 고혈압 환자 수는 27.9%, 30대는 19.1%, 40대는 14.6%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층에 비해 환자 수 자체는 적지만, 뚜렷한 급증세를 보이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상황. 게다가 소아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소아비만도 최근 5년 새 3.5배 급증한 만큼, 고혈압은 모든 연령대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연령별로 나타나는 고혈압의 특징은 무엇인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고혈압은 나이를 불문하고 나타날 수 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아청소년기에는 원인 질환 감별 필요…소아비만 개선해야
13세 이전의 어린 나이에 고혈압이 발병한 경우에는 특정 원인 질환에 의한 ‘이차성 고혈압’을 감별해야 한다. △다낭성 신장질환 △신장 동맥 혈전 △갑상선 기능 항진증 △선천성 신장 기형 △대동맥 축착증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고혈압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질환이 선천적으로 나타나는 데다,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뒤늦게 질환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평소 영유아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원인 질환을 빠르게 치료할수록 치료 효과와 혈압 개선 효과가 높기 때문에, 질환이 발견되는 즉시 치료를 할 것이 권장된다.

13세 이상의 청소년기에 접어든 이후부터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원인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 스트레스 등이 원인인 일차성(본태성) 고혈압이 흔해진다. 이차성 고혈압과는 달리 특별히 눈에 띄는 이상 증상이나 합병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혈압 검사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발병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성장기인 만큼 비만과 고혈압으로 인한 성조숙증, 성장 지연 등을 겪기도 쉽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일차성 고혈압이 발견됐다면 즉시 약물치료를 하기보다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치료가 우선된다. 비만이나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 만큼, 약을 사용하기보다는 원인 자체를 교정해 혈압을 정상화하는 것이 목표다. 하루 6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격한 운동을 매일 할 것이 권장되며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음식을 골고루 먹되 체중 감량에 방해가 되는 튀김류, 가공육, 설탕 함량이 많은 음식 등은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환자 급증하는 청년기, 유병 기간 길어지는 만큼 주의해야
최근 들어 환자 수가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나는 연령대가 바로 청년기다. 특히 과로와 지나친 스트레스, 늘어난 음주량과 흡연율, 배달 음식을 많이 찾는 식습관 등이 청년기 고혈압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이렇게 잘못된 식습관과 부족한 운동량으로 인한 비만율 증가도 청년기 고혈압 환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 시기에는 건강에 대한 인식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비교적 낮고, 의료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높기 때문에 고혈압이 있음에도 발병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고혈압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 수에 비해 실제 환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젊은 나이에 찾아온 고혈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병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중년~노년기에 고혈압이 발병한 환자들에 비해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고혈압을 앓기 시작한 만큼, 혈관과 몸속 장기가 오랫동안 손상을 입어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동맥류 등의 심각한 심혈관질환 합병증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진다. 게다가 부적절한 생활습관이 성인기까지 이어진 경우라면 소아청소년기에 비해 습관 교정만으로 고혈압을 개선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성인기 이후부터는 운동과 식습관 개선 등 생활습관 교정과 비만 개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며, 혈압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좋다.

중장년기 호르몬 변화와 노화가 고혈압 불러와
중장년기에는 노화가 급격하게 시작되고, 호르몬 분비에도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을 전후해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게 되는데, 이는 비만과 혈압 조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폐경 이전의 나이에 찾아오는 고혈압은 대체로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편이지만, 50~60대부터는 여성의 고혈압 발병률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더해 중년기부터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몸의 여러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특히 미각이 둔해지면서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소금을 더욱 많이 사용하게 되고 나트륨 섭취량도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식습관은 혈액량을 늘리고 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중년기에는 몸의 여러 기관들에도 노화가 진행되는데, 여기에 고혈압으로 인한 혈관 손상과 혈액순환 저하 등이 더해지면 노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심근경색, 치매 등의 질환이 이르게 찾아올 위험도 더욱 높아진다. 그런 만큼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함과 동시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몸의 상태에 맞는 치료나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폐경을 겪은 여성의 경우 호르몬제 복용 여부, 임신 관련 합병증 여부 등을 파악해 심혈관질환 합병증이나 다른 만성질환이 찾아오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혈압 변동 큰 노년기, 고혈압뿐만 아니라 저혈압도 주의해야
전체 고혈압 환자 중에서도 가장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년기에는 젊을 때에 비해 혈관의 탄력이 줄어들고, 자율신경계의 항상성 유지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때문에 혈압이 높다가도 급격히 낮아지고, 다시 높아지기를 반복하는 혈압 변동 폭도 큰 편이다. 특히 고령일수록 식후에 나른한 느낌이 들면서 현기증이 찾아오는 ‘식후 저혈압’, 자세를 갑자기 바꿀 때 어지럼증을 겪는 ‘기립성 저혈압’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노년기에는 고혈압 외에도 여러 동반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약물을 한 번에 복용하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신장의 약물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압이 내려가고 올라가는 정도가 더욱 심해지는 부작용을 겪기도 쉽다는 것이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혈압 변화로 인해 어지러운 느낌이 들면서 중심을 잃으면 낙상을 입기도 쉬우며, 골절이 발생할 경우 회복에 오랜 시간이 필요해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어려워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게다가 고혈압의 유병 기간이 길수록 노년기에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기도 쉬운 데다 심혈관질환, 고혈압성 망막병증, 인지기능 저하, 만성콩팥병 등의 합병증도 더욱 쉽게 나타난다. 이들 질환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노년기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고혈압 치료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혈압약뿐 아니라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한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약물 복용 시간을 조절해야 하며,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 약물을 교체할 것이 권장된다. 아울러 하루 30분 내외로 걷기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면서 혈액 순환을 돕고, 되도록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여 혈관 건강과 혈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전 연령에서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가정혈압 측정 방법은?
소아부터 노년기까지, 어떤 연령대에 발생한 고혈압이라도 빼놓을 수 없는 관리법이 바로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이다. 연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체지방 감량과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이 되는 유산소 운동을 서서히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가능한 자주 운동을 하면서 몸에 운동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만 근력 운동은 혈압을 즉각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음식을 먹을 때는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을 구성하되 소금이나 간장 등 나트륨 함량이 높은 양념은 사용을 자제하고, 과식하지 않도록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기름진 음식 섭취량은 가능한 줄이고, 대신 혈액을 맑게 하고 항산화 효과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혈압을 낮추는 약물 복용도 중요하다. 혈압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 소아의 경우 일반적으로 약물 복용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압이 내려가지 않거나 고혈압 진행이 빨라 합병증이나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성인기 이후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해 심혈관질환 합병증을 막는 것이 좋으며, 노년기에는 혈압이 조절되는 정도에 따라 약 복용량과 시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신경 써야 한다.

한편, 병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수시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좋다. 편안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혈압을 재는 만큼 가장 정확한 혈압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치료가 어느 정도로 잘 되고 있는지 가정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정혈압을 측정할 때는 조용한 장소에서 팔꿈치 높이의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5분 정도 휴식한 후에 혈압을 재면 된다. 이때 팔을 넣는 커프는 위팔, 심장 높이에 착용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측정했을 때 가장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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