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강경우파 급부상…반이민·보호무역 거세진다

이현일/송영찬 2024. 6. 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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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의회 총선거에서 강경 우파 진영이 더욱 약진해 유럽 정치권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강경 우파 진영이 연합하면 집권 중도우파에 이어 2위 교섭단체를 형성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EU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그룹이 총 720석 중 184석으로 다수를 지킨 가운데 강경 우파 교섭단체들은 총의석을 최대 20석 이상 늘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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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의석 대거 확보
고물가·이민 반감에 표심 몰려
EU, 정치·경제 정책 급변할 듯
친환경 정책 속도조절 가능성
佛·獨·伊 집권당 제치고 승리
마크롱, 30일 조기총선 초강수
< ‘나치 옹호 논란’ 독일대안당, 역대 최고 득표율 환호 >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독일을위한대안(AfD) 공동대표인 티노 크루팔라(앞줄 오른쪽 첫 번째)와 알리스 바이델(두 번째)이 유럽의회 선거 후 출구조사 결과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 의회 총선거에서 강경 우파 진영이 더욱 약진해 유럽 정치권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강경 우파 진영이 연합해 집권 중도우파에 이어 2위 교섭단체를 형성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번 선거 결과로 EU에서 반이민, 보호무역 정책이 힘을 얻고 친환경 정책은 후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르펜·멜로니 돌풍

10일 유럽의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EU 27개국에서 치러진 의회 총선거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국의 강경 우파 계열 정당이 의석수를 대폭 늘렸다. EU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이 총 720석 중 185석으로 다수를 지킨 가운데 강경 우파 교섭단체들은 총의석을 최대 20석 이상 늘릴 전망이다. 기존 의석수에서 2석을 뺏긴 제2 교섭단체인 사회민주진보동맹(S&D·137석)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탈리아에선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형제들(FdI)이 다수당 자리를 탈환하며 소속 강경 우파 교섭단체 유럽보수와개혁(ECR) 의석을 73석으로 4석 늘리는 데 일조했다.

프랑스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가 주도하는 교섭단체인 정체성과민주주의(ID) 연합은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을 제명하고도 9석 늘어난 58석을 차지했다. 반면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의석이 23석 줄어 79석에 그쳤고,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도 71석에서 52석으로 축소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독일·프랑스 정부 ‘흔들’

EU의 ‘빅2’인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집권당이 패배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프랑스에선 여당인 르네상스당(15.2%)이 RN(32%)에 더블스코어로 졌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하원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선출된 임기 5년의 의회를 조기 해산하고 오는 30일 선거를 치른다.

재신임을 묻는 동시에 지명도 높은 현역 의원들을 앞세워 르펜 돌풍을 잠재우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하원 577석 중 88석을 보유한 제1 야당 RN이 다수당을 차지하면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프랑스에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동거정부’가 탄생할 전망이다.

독일에선 AfD가 15.9%의 역대 최고 득표율로 중도우파 야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29.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지지율이 13.9%에 그쳤고, 연정 파트너 녹색당과 자유민주당 등도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EU 정책 방향 ‘우향우’

고물가, 이민자 급증과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으로 고조된 안보 불안이 강경 우파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강경 우파 정당은 이민자 혐오를 공공연히 드러내며 불법 이민자 즉각 추방 등을 주장하고 있다.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와의 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주장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선호한다.

강경 우파가 급부상하면서 EU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첨단 산업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무역에선 보호주의 기조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 급등과 경제 성장률 저하의 원흉으로 지목된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사이먼 힉스 유럽대학원(EUI)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려는 유럽 그린딜 정책에 작별 인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과 재생에너지 보조금 정책도 후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 우파의 약진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아랍·아프리카 이주민 문제와 관련해선 국경 통제 강화, 불법 이주자 강경 단속 등 정책이 5년 동안 EU 의제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정계 새판 짜기 돌입

제10대 유럽의회를 구성할 의원 720명을 선출하는 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EU 정계는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각 정치그룹은 다음달 15일 의회 개원까지 물밑 협상을 벌여 소속 정당 및 의원 명부를 확정해야 한다. 현재는 정치그룹이 7개지만 정당·의원 간 이합집산 결과에 따라 새로운 정치그룹이 등장할 수도 있다. 최소 7개 회원국에서 의원 23명이 참여하면 새 그룹 구성이 가능하다.

이번 선거에서 모든 정치그룹이 과반(361석)에 한참 못 미친 만큼 정치그룹 간 ‘대연정’을 구성하는 작업도 병행된다. 협상의 주도권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중도우파 정치그룹 EPP가 쥐고 있다. EPP의 최우선 과제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EU 정상회의에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될 경우 유럽의회 인준 투표 가결에 필요한 과반 찬성표를 확보하는 것이다. 일단 EPP는 S&D 및 자유당과 ‘친 EU 대연정’을 유지할 계획이다. 강경우파나 극우와 손잡으면 부담이 커진다고 판단해서다.

이현일/송영찬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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