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와인스토리] 리무, 씨에르 다르끄(Limoux, Sieur d'Arques)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

프랑스 남부 지중해변 지방 오드(Aude)의 도청인 까르까손(Carcassonne, 중세 요새도시) 남쪽 25㎞에 위치한 리무(Limoux)를 중심으로 한 와인 생산지역이 스파클링 와인인 블랑케트 드 리무(Blanquette de Limoux)로 1938년 랑그독 최초로 AOC 등급을 받았다.

샹파뉴(Champagne) 보다 150여 년 앞선 1531년 쌩띨레르(Saint-Hilaire) 베네딕토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 역사적 배경 덕분이다. 1544년 뻬이독(Pays d'Oc) 귀족인 씨에르 다르끄(Sieur d'Arques, 아르끄의 영주)가 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블랑케트를 마셨다는 기록 등도 발견됐다.

1946년 250여 명(현재 182명)의 블랑케트 드 리무 와인 생산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1990년대에 조합명을 씨에르 다르끄로 바꾸어 AOC 마고(1350㏊)보다 넓은 1619㏊의 포도밭에서 연간 스파클링 와인 630만 병과 스틸 와인 270만 병을 생산해, 2022년 3750만 유로(약 56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연간 900만 병 생산은 여타 대형 샴페인 하우스의 10배를 생산(3000만 병)하는 모엣샹동(Moet & Chadon)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블랑케트 드 리무는 토착품종인 모작(Mauzac) 90%에 슈냉 블랑(Chenin Blanc)과 샤르도네(Chardonnay)를 각각 5% 블렌딩하는데 1990년 샤르도네를 주품종(70%)으로 하는 크레망 드 리무(Cremant de Limoux)가 새롭게 AOC 등급을 받았다. 전통 품종에서 국제품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다른 랑그독 AOC보다 고도가 높고 신선하며 지중해의 영향에서 멀리 떨어진 리무는 탁월한 복합성과 균형, 섬세한 향, 아름다운 산미와 멋진 미네랄리티로 프랑스 샤르도네 최고의 떼루아 중 하나로 간주된다. 1993년 100㏊에 불과한 리무 화이트 AOC가 변경되었는데, 생산량을 50hl/㏊로 제한하고 오크통 숙성을 의무화했다. 2004년에는 메를로(50%) 중심의 AOC 리무 레드(생산량 48hl/㏊ 제한)도 출범했다.

해발 200-500m에 걸쳐 주로 점토-석회암 토양인 AOC 리무는 메디떼라네앙(Mediterraneen), 오세아니끄(Oceanique), 오땅(Autan), 오뜨발(Haute Valle)의 4개 지역으로 구성된다. 북동부(메디떼라네앙)는 지중해의 고온건조한 영향을 받아 수확시기가 가장 빠르며, 열대 과일향과 부드러운 질감의 와인이 생산된다.

서부(오세아니끄)는 습하고 서늘하여 수확시기가 가장 늦으며, 감귤류향의 섬세한 사르도네 화이트가 생산된다. 중심(오땅)에서는 고온건조한 합류 기후로 꽃과 과일의 진한 아로마에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 생산된다. 가장 높은 곳인 남부(오뜨발)는 피레네 산맥에 가까워질수록 아주 습하고 서늘한 기후로 생산량이 적으며, 진한 맛의 볼륨감 있는 와인이 생산된다.

20세기 초반의 와인제조용품 박물관을 겸한 씨에르 다르끄 본사에서, 섬세하게 터지는 기포와 생동감 있는 산미의 샤르도네 주품종 크레망 드 리무 4종과 프르미에르 뷜(Premiere Bulle, 버블 넘버원)을 맛보았다. 세계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인 점을 강조한 숫자 1이 라벨에 큼직하게 디자인된 '버블 넘버원 핑크라벨'에 대한 국내 수입업체의 마켓팅 전략이 화려하다. 최고·유일의 의미로 사용하여, 개업 등 첫 시작에 성공을 기원하는 선물, 심지어 빼빼로 데이의 선물로도. 신성식 ETRI ICT전략연구소 연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