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 여사 6개월 만의 출국 당일 면죄부 준 권익위

한겨레 2024. 6.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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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방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10일 출국했다.

김 여사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당당하게 나갔다.

또 화장품을 건넨 뒤에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대통령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청탁하는 메시지를 김 여사에게 보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뿐만 아니라 최 목사와 만남 일정 등을 조율한 행정관 2명도 이번 순방에 동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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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기 위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품 가방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10일 출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외 국빈방문에 동행하기 위해서다. 때맞춰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6개월 만의 순방에 맞춰 면죄부를 준 것이다. 김 여사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당당하게 나갔다.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김 여사의 공개 행보 재개에 부정적이고,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도 크다. 국정 최고책임자라면 당연히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는 사과 한마디 없이 출국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참여연대의 신고를 접수한 이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묵혀두다가 김 여사가 출국한 날 브리핑을 열고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들의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리가 복잡하지도 않은 사건을 6개월이나 뭉개다 출국일에 맞춰 종결 처리한 것이다. 권익위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검찰 조사에서 명품 가방과 고가 화장품 선물에 대해 “청탁의 의미도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샤넬 화장품은 윤 대통령 취임식 날 국빈 만찬에 초대해준 데 대한 답례였다는 것이다. 또 화장품을 건넨 뒤에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대통령 국정자문위원 임명을 청탁하는 메시지를 김 여사에게 보냈다고도 했다.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단순히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 형량이 더 센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다. 뇌물 성격의 금품을 받았지만 공무원이 아니라서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을 때 적용하는 죄다. 영부인이 대통령인 남편을 이용해 금품을 챙겼다면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수사 의뢰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면죄부를 주다니, 권익위는 대통령 부부를 위한 권익위인가.

대통령실은 김 여사뿐만 아니라 최 목사와 만남 일정 등을 조율한 행정관 2명도 이번 순방에 동행시켰다. 이들은 김 여사를 소환하려면 사전에 반드시 조사해야 할 핵심 참고인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이들까지 데리고 갔다는 것은 검찰 수사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대통령으로서 검찰 수사가 못마땅하다면 재발 방지 대책이라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막무가내다. 참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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