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목소리 경청 않는 ‘밀양 폭로’…“그냥 피해를 소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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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쪽에서 "발언을 하더라도 직접 하겠다"며 동의 없이 올린 유튜브 채널 영상 등의 삭제를 요구했지만, 조회수를 의식한 유튜버의 폭로전이 계속되고 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집단 성폭력에 가담한 이들이 그 일을 잘못이라고 생각했다면 부끄러워 서로를 만나지도 못하거나, 피해자들을 위해 뭔가를 했을 텐데 그런 모습이 아닌 상황"이 공분을 유발했다면서도 사적 제재에 대해선 "가해자들을 (명예훼손 등의) '피해자'로 뭉치게 만들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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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더라도 직접 하겠다”
유튜버 신상 폭로 다시 게재
전문가들 우려 목소리 잇따라
“피해자 목소리 경청 않고 왜곡”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쪽에서 “발언을 하더라도 직접 하겠다”며 동의 없이 올린 유튜브 채널 영상 등의 삭제를 요구했지만, 조회수를 의식한 유튜버의 폭로전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가해자들을 단죄해야 피해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분은 피해자를 의식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폭로에 명분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사적 제재’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집단 성폭력과 피해자 인권침해를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수아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10일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당시 범죄는) 사후 법적 해결 과정에서 (수사기관·언론·사법부 등) 모든 단위가 조직적으로 2차 피해를 유발한 사건”이라며 “이런 문제는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피해생존자가 겪은 피해는 1년간 이어진 집단 성폭행과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을 한 가해 고등학생 44명에 대한 미흡한 처벌(10명 기소, 20명 소년부 송치, 13명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1명 다른 사건으로 입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2004년 12월 발표한 이 사건 피해자 인권침해 직권조사 결과와 여성 단체들이 꾸린 ‘밀양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가 낸 성명 등을 보면, 경찰은 피해자 신상과 피해 사실을 언론에 누설했고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모욕했다. 가해자 가족들은 피해자 쪽에 합의를 강권했고, 피해자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학교 역시 성폭행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수아 교수는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가 공익을 위해 논의해야 하는 지점은 왜 법제도가 회복과 정의 실현 과정이 되지 못했는가”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을 사적으로 제재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이 피해 당시부터 수사·재판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경험했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해야 무엇을 바꿔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유튜버들의 공론화 과정엔 이런 경청이 없었다. 남성아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공론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이루고 싶은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이를 묻지 않고 피해를 언급하는 건 그냥 피해를 소비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버들의 공론화엔) 그런 경청의 과정이 없었으며, 피해자 의사를 왜곡까지 했다는 점에서 정의 구현과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집단 성폭력에 가담한 이들이 그 일을 잘못이라고 생각했다면 부끄러워 서로를 만나지도 못하거나, 피해자들을 위해 뭔가를 했을 텐데 그런 모습이 아닌 상황”이 공분을 유발했다면서도 사적 제재에 대해선 “가해자들을 (명예훼손 등의) ‘피해자’로 뭉치게 만들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경남경찰청은 이날 유튜브 채널의 신상 공개와 관련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고소·진정이 16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분을 구조적 변화를 촉구하는 힘으로 모아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를 지원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혜정 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 일상 회복에 무엇이 필요한지는 여성폭력 지원 기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라며 “사법 정의에 관심 있는 분들은 수많은 성폭력·여성폭력 사건 탄원서 연명, 판례 분석, 의견 개진 등에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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