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심과 먼 민주당 당헌, ‘위인설법’은 정치개혁 후퇴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의 대선 출마 시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 규정을 삭제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조치의 수혜 대상은 모두 이재명 대표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대선 플랜에 맞춰 당의 헌법인 당헌을 뜯어고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오는 8월 선출될 차기 당대표가 2027년 3월 대선에 나서려면 1년 전인 2026년 3월에는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은 당대표 대선 출마 시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다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대통령 탄핵’ 같은 비상 상황이 거론됐으나, 결국 사퇴 시한 연기 사유는 더 포괄적으로 규정됐다. 연임이 유력시되는 이 대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 대선후보 경선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된 당직자 직무를 정지하는 규정은 2015년 신설 당시 정치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 앞에 ‘당무위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생겼고, 첫 수혜자가 이 대표였다. 이 규정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건,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과 대선 가도에 생길 수 있는 시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걸로 보이기 십상이다.
정당은 필요할 경우 당헌·당규를 개정한다. 그러나 특정인을 위해 수시로 고친 적이 있었던가. 이런 ‘위인설법’은 정당 민주주의와 정치개혁의 명백한 후퇴다. 민주당은 ‘이재명 1인 정당’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최고위가 국회의장 후보·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표심 20%를 반영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국회의장은 특정 정당·정파가 아닌 국회를 대표하는 입법부 수장이고, 국회의원은 당원이 후보 선정에 참여하지만 국민 지지로 뽑힌다. 정당이 의사 결정에 당원 의견을 적극 반영하려는 취지는 존중하지만, 국회의장 선거까지 당원을 참여시켜 대의민주주의 정신을 거슬러선 안 된다.
정당이 민심과 멀어지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도 멀어진다. 이날 최고위에서 의결된 당규 개정안은 12일 당무위 의결을,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민주당은 당내·의회 민주주의를 퇴행시킬 당헌·당규 개정을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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