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휩쓴 극우… 佛 조기 총선, 벨기에는 총리 사퇴

박종원 2024. 6. 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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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伊 등 극우 정당 약진 이어져
유럽의회, 중도우파 EPP 1당 유지
폰데어라이엔 재임 가능성은 커져
유럽국민당(EPP) 소속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가운데)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당사에서 유럽의회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안보와 경제, 이민 등 여러 분야가 불안한 유럽연합(EU)에서 이달 치러진 선거 결과, 극우 정당들이 크게 약진하며 기성 정당들을 위협했다. 위협을 느낀 프랑스는 즉각 조기 총선으로 민심 수습에 나섰고 벨기에에서는 총리가 물러났다. 현지 매체들은 일단 우파 및 중도 진영이 지난 회기처럼 주류를 차지하겠지만 극우와 손을 잡아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폰데어라이엔 연임 가능성

EU 27개 회원국에서는 지난 6~9일(현지시간) 제 10대 유럽의회의 의원 720명을 뽑는 선거가 열렸다. 유럽의회는 EU의 입법을 담당하며 행정부 역할인 집행위원회의 예산을 심의 및 승인한다. 동시에 EU 전역에서 통하는 법안을 수정 및 제정할 수 있지만 집행위 고유 권한인 발의권을 대신 행사할 수는 없다.

의석 숫자는 국가별로 배정되어 있으며 96석을 가져가는 독일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81석을 배정받은 프랑스다. 선거는 유권자가 특정 정당에 투표하면 해당 정당에서 받은 표만큼 의원을 정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진행된다. 유럽의 주요 정당들은 성향에 따라 정치 그룹을 만들어 이번 선거에 참여했다.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투표 종료 이후 출구조사와 10일 새벽 투표 결과를 종합한 결과 기존 집권당이었던 유럽국민당(EPP)이 720석 가운데 184석(약 25%)을 확보해 1당 자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EPP는 독일 기독민주당(CDU)이 주도하는 우파 및 중도 정치 세력으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속한 당이다.

집행위원장은 27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EU 이사회에서 결정하지만, 사전 협의에 따라 유럽의회에서 1당을 차지한 정치 단체의 대표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 각국 정상들은 17일 비공식 회의를 통해 지도부 구성을 시작하며 이달 27~28일 정기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를 확정한다. 확정된 후보는 유럽의회의 인준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극우 진영 약진, 기성 정당 위협

이번 선거에서 제 2당은 좌파 및 중도 진영을 표방하는 사회민주진보동맹(S&D)으로 139석(약 19%)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EPP와 S&D의 의석이 기존 숫자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강경우파 정치그룹 '유럽보수와개혁(ECR)', 유럽의회 내 극우 정치그룹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에 주목했다. 두 정당이 가진 기존 의석은 각각 69석, 49석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각각 73석(약 10%), 약 58석(8%)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 정당이 연합하면 곧장 제 3당에 버금가는 정치 세력이 된다.

ECR은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 스페인의 '복스' 등이 속한 정치그룹이다. ID에는 프랑스의 대표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대표로 있는 국민전선(RN)이 속해 있다.

국가별 의석 숫자가 가장 많은 독일의 경우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 16.5%로 득표율 2위를 차지했다. AfD는 올해까지 ID 소속이었으나 지난달 나치 친위대 옹호 발언으로 제명됐다.

■프랑스 하원 해산…유럽 정가 흔들려

기성 정당들은 이번 투표에서 극우가 약진하자 즉각 반응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9일 대국민 연설에서 하원 해산을 선언했다. 이날 프랑스에서는 르펜이 속한 ID가 약 3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마크롱의 르네상스당이 속한 중도 성향 정치 단체 '자유당 그룹'의 득표율은 13%에 그쳤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지난 2022년 6월 총선을 치른 지 2년 만에 다시 임기 5년의 하원의원 577명을 뽑아야 한다.

유럽의회 선거와 함께 자국 총선을 함께 치른 벨기에에서는 알렉산더르 더 크로 총리가 사퇴했다. 더 크로는 10일 벨기에 국왕에게 사의를 밝힐 예정이며,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임시 총리를 맡게 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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