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메디톡스, 美 ITC '보툴리눔 톡신' 예비판결 승자는 누구?
"휴젤 측 유리" vs "최종판결까지 지켜봐야"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통해 벌이고 있는 휴젤(145020)과 메디톡스(086900) 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소송'의 예비판결 공개가 임박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예비판결은 두 기업이 지난 2022년부터 3년여간 벌여온 소송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는 휴젤 전 최대주주 베인캐피탈이 주식 전환사채(CB)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는 등 휴젤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예비판결 내용이 복잡할 수 있으므로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11일 새벽 휴젤과 메디톡스가 분쟁 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와 관련한 소송의 예비판결을 내린다. 절차 순항 시 최종판결은 오는 10월 10일에 나올 전망이다.
휴젤은 지난 2018년 8월 미국과 유럽 사업 파트너사인 크로마파마의 미국 자회사 크로마USA와 함께 휴젤아메리카를 설립했다. 2022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사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4월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보완을 완료한 후 올해 3월 허가를 받았다.
메디톡스는 2022년 3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을 위해 필요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 등과 관련해 ITC에 휴젤을 제소했다.
메디톡스는 ITC에 휴젤을 제소하면서 소장에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 및 생산했으며, 해당 불법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고 명시했다. 또 'ITC가 휴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해야 하며, 해당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적시했다.
ITC 소송과 FDA 허가는 별개의 절차다. 소송이 진행 중이었으나, FDA는 규정에 따라 휴젤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국내명 보툴렉스)를 승인했다. 다만 ITC에서 해당 제품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 배제를 명령하거나, 불공정 행위에 제제를 가할 수 있다.
국내 업계는 휴젤의 전 최대주주인 베인캐피탈이 약 676억 원 규모의 CB 전환청구권 행사를 결정한 것을 보고 ITC 판결이 휴젤 측에 유리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전환 주식의 상장 예정일은 오는 20일이다. 예비판결일로부터 7일이 지난 시점이다. 이날 발행주식 총수의 4.51%에 해당하는 54만 2043주가 발행된다. CB 물량은 약 26만주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주식 매도는 전환청구일 3거래일 전인 6월17일부터 가능하다.
업계는 패소 가능성이 짙다면 베인캐피탈이 예비판결일 이후 주가 하락분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판결 전에 미리 전환해서 매도하거나 CB를 그대로 보유하는 게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톡스가 ITC에 제소한 이유는 크게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절도 △균주와 관련한 영업비밀 도용 등 두 가지인데, 소송 중에 메디톡스 측이 영업 비밀 도용과 관련한 조사를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소송 결과에 불리한 요소를 메디톡스 측이 사전에 제거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ITC 재판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이고 균주 절도와 관련한 심리에 집중해왔다.
예비판결은 물론 최종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앞서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 간 ITC 분쟁 사례를 보면 예비판결에서 분쟁 대상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 기간이 10년으로 결정됐다가 최종판결에서 21개월로 줄어든 적도 있다"면서 "ITC가 단순히 제품에 문제가 있다거나 없다고 판단하는 것 뿐만이 아니므로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보툴리눔균이 생산하는 신경 독소를 공정을 통해 의약품으로 만든 약이다. 신경기능 이상에 따른 근육 경련 장애 등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주름 제거를 위한 미용 목적으로 활용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은 2022년 기준 9조 3000억원 가량이다. 미국 시장 규모만 6조 원으로 추산되는데, 이 때문에 국내 주요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은 미국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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